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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문화사 1 - 고려의 유학과 역사서

고려의 유학을 살펴본다고 하면, 어쩐지 조금 어색한 느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조선의 유학이라면 딱 하고 성리학이 떠오를테지만, 고려의 유학이란 대체 뭔가요? 조선시대 철학적인 성리학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고려 초기에는 훈고학의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경전의 자구 해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뜻이지요. 유학과 가장 관련이 깊은 왕을 꼽으라면 고려 초기 성종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종하면 떠오르는 유학자가 있는데, 바로 시무 28조를 건의한 최승로 입니다. 유학자 최승로의 제안은 성종에게 받아들여졌는데, 이 지점이 시험 단골 코스니까 몇 번이고 잘 파악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신라 때, 최치원이 올린 제안은 거부당했다는 것도 같이 체크) 한편 최승로 때까지만 해도, 불교를 비판적으로 보긴 했어..

어바웃 어 보이 (About A Boy, 2002) 리뷰

영화 어바웃 어 보이는 반쯤은 꼭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극중 주인공 윌 프리먼과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의미 입니다. 백수생활을 예찬하고, 결혼생활을 비극적으로 보는 시선이 특히 그랬습니다. 물론 안타깝게도(?) 저는 물려받은 유산이 없으므로, 고단한 밥벌이에 힘든 일상을 보내야 했지만, 어딘가에 구속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인생이라면 참 행복하다고 오래도록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윌 프리먼과 똑같은 OTL 자세로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인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했습니다. 도대체 왜? 20대 청춘시절에는, 저도 꽤 욕망적인 사람인지라, 돈을 벌어 갖고 싶던 TV를 사고, 각종 CD들을 차곡차곡 모으기도 했고, 책도 예쁘게 진열해놓고, 음... 보기만..

만적의 난 - 해방이란 무엇인가, 이상주의는 가능한가?

이번 문서는 금방 넘어갈 수 있는 짧은 내용이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본다면 좋겠다 싶어서 고려 후기까지의 각종 난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마련입니다. 성공하면 쿠테타나 혁명이 될 수 있지만, 실패하면 가차없이 "난"이 되고, "역적"이 됩니다. 만적의 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노비 해방운동을 펼친 선구적인 혁명가로도 만적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말처럼,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지니고, 그것을 실천해 나갈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어쨌든 하나씩 살펴봅시다. 고대의 난부터 정리해 본다면, 귀족 김흠돌의 난이 있습니다. 신라 중대, 왕권 절정기에 일어난 난이었는데, 김흠돌 세력은 신문왕에 의해서 제압되면서, 오히려 이후 대드는 진골 귀족들을 숙청해버리며,..

심리학 나 좀 구해줘 리뷰

친절하고 읽기 편하고, 구체적이며, 명쾌한 책. 심리학 나 좀 구해줘 입니다. 독일 아마존에서 오랜기간 심리학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대중적이며, 쉬운 구성으로 꽉 차 있습니다. 51가지의 각종 심리학 사례모음을 통해서, 우리가 좀 더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나갈 수 있습니다. 심리학 책을 즐겨 읽는 분들이라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내용들도 많이 있겠고요. 특별한 강점이 있다면, 최대한 친근하게 접근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까지 쉽게 풀어쓰다니! 바로 이 점에서 현재 널리 읽히는 인문분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봅니다. 서론을 가볍게 출발하자면, 행복해 지는 방법부터 살펴볼까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가 직접 책임지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최대한 확보해 나가라고 심플하게 조언합..

리뷰[Review]/책 2013.04.23

디 아워스 (The Hours, 2002) 리뷰

빌리 엘리오트,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등 인상적인 영화를 만들어 온 스티븐 달드리 감독. 그의 섬세한 수작 영화로는 디 아워스도 있습니다. 세 여인을 통해서, 삶의 행복과 무게에 관하여, 질문을 던지듯이 말을 건네고 있는 작품입니다. 오늘 하루의 일상이란, 평생토록 기억될 최고의 순간일 수도 있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탈출하고 싶은 괴로운 감옥 같은 날일 수 있습니다. 영화 디 아워스의 매력은 자신이 이제껏 겪어왔던 시간들에 따라서 내용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무거운 감성이 있지만, 제게는 매우 소중한 이야기가 되어주었던 고마운 작품입니다. 특히 삶을 피하기만 해서는 평온을 찾을 수 없다는 대사는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힘이 있습니다.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세, 그래서 ..

고려의 생활 모습 - 여성 평등이란 무엇인가?

아 제목 장난 아니지요. 조금 자극적인가요. 드디어 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살짝 기쁘고, 들떠 있습니다. 우선 고려의 생활 모습을 천천히 살펴봅시다. 여성 평등에 대해서는 문서 중반부터 집중 조명해 보겠습니다. 고려시대에도 역시 농민들이 중요하잖아요. 농사 짓고, 각종 조세, 공납, 역에 시달리고, 바쁘고, 힘들고, 정신 없고... 그런 농민들에게도 결혼이나, 장례, 마을 제사 등 다양한 생활 모습은 있었겠지요? 그것을 살펴보자는 겁니다. 농민들에게는 "향도"라는 공동체 조직 이 있었습니다. 향리와 농민, 다시 말해 관료와 일반 백성이 모두 참여하게 되는 조직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했습니다. 향도의 출발은 불교 신앙 활동을 위한 모임이었는데요. 이들은 모여서 미륵에게 구원받고자 하는 활동 [매향]을 하..

브리짓 존스의 일기 (Bridget Jones's Diary, 2001) 리뷰

대략 십몇년전,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처음 보았을 때, 물론 내용이 참으로 유쾌하면서도, 싱글로 나이들면 정말 저렇게 되는걸까?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월은 정말 빠른 속도로 흘러서, 십몇년이 지나서, 30대에 이 영화를 다시 보니, 놀랍게도, 더욱 재밌으면서도, 공감이 팍팍 되기 시작합니다. 이걸 기뻐해야할지, 아니면 슬퍼해야할지... 우중충한 하루를 보내다가, 친구들의 결혼 소식이 들려오면, 어쩐지 마냥 반갑지만 않고, 얇은 지갑을 쳐다보게 된다면, 기분전환 겸, 브리짓 존스의 일기 권할 수 있습니다 :)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30대 싱글녀의 판타지가 이루어지는 달콤한 러브스토리 인데, 그 험난한 과정이 워낙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보니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흐..

2013년4월21일/우물가의 여인(요한복음4:1-)/홍종일목사

영암교회 홍종일 목사님 설교 2013년 4월 21일 주일 예배 우물가의 여인 (요한4:1-) 요즘 사람들은 점점 살기 어려워 진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물질중심의 가치관이 너무 강하고 이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아무런 정신적인 지주라는게 없습니다. 종교인들은 이미 부패했고 학교도 언론도 이미 사회로부터 무시를 넘어서 멸시의 대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급격한 물질주의 배금주의 가치관을 제어하고 무너진 사람들의 가슴을 채워줄 정신적 가치를 찾아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유교가 무너진 이 땅에 기독교적인 가치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이땅에서 채 꽃피우기도 전에 시들기 시작해버렸습니다. 오죽하면 이미 말라 비틀어져서 그루터기만 남은 불교에서 다시 가지가 뻗어 나고 잎이 나고 ..

정관누리교회 2013.04.22

월플라워 (Perks Of Being A Wallflower, 2012) 리뷰

오랜 고민 중 하나는 "지치지 않는 무한한 열정" 입니다. 만약 이것을 가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끝없는 발걸음으로, 많은 영감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감정이란 한결 같지 않으며, 하루에도 여러번 오르막 내리막을 왔다 갔다 합니다. 특히나 과거의 기억에 발목 잡혀서, 지나간 일로 괴로워 할 때도 있습니다. 월플라워의 주인공 찰리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 받는 10대 시절을 보내고 있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가혹한 경험은 찰리를 지치게 만듭니다. 사람을 사귀기가 두렵고, 말을 꺼내기도 두려운, 침묵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데, 그에게 변화가 찾아옵니다! 요정처럼 예쁜 샘과 다정한 남자 패트릭이, 그의 소중한 친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찰리는 드디어 학교 가는 시간이..

고려의 신분제도 - 양극단의 인생 모습

이번 문서에서는 고려의 신분제를 살펴봅시다. 사회상을 보자면, 고려에는 법적으로 신분제가 있었는데요. 크게 네 가지 분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귀족, 중류층, 양민, 천민 입니다. 지겨울 만큼, 복습하고 있는데, 귀족이 잘 사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음서제가 있고요~ 경제적으로는 공음전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폐쇄적 통혼을 통해서 자신들끼리 소수의 좋은 세상을 유지합니다. 당연히 권력이 편중될 수록, 부패도 반드시 발생하고, 모순이 자꾸 터지며, 끝내 문벌 귀족이 칼 맞고 무너진다는 것은 분명하지요. 편중에 반대하는 집단이 뭉치면, 잘못된 관행들은 깨지기 마련입니다. 역사는 늘 그렇듯이 지나친 탐욕에 대하여, 봐주는 법이 없습니다. 역사를 생각할 때면, 기득권은 폐쇄적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을 겸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