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402

혹성탈출: 종의 전쟁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2017) 리뷰

책을 읽어내려가다가 소름이 확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인간 아기들은 한 살만 되어도 엄마의 눈동자 움직임에 반응을 보입니다. 생후 열두 달이면 벌써 스물일곱 살짜리 침팬지보다 더 나은 사회성을 갖추는 겁니다.(의학박사 히르슈하우젠 저서 중)" 유인원들은 눈동자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출 줄 모릅니다. 고개 정도는 젖혀 줘야 그제서야 관심을 나타냅니다. 인간이 사실은 얼마나 예민하고 정교하며 영특한지요. 저는 혹성탈출 신작 시리즈를 세 편 다 보게 되었지만, 유인원의 진화와 인간의 퇴화에 대해서 실은 별로 반갑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바이러스에 의해서 엄청난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만, 유인원이 업글 될 가능성은 글쎄 별로 없지 않을까요. 어쨌든 사실은 그냥 이쯤에서 접어두고, 그럼 영화 속으로 ..

썸딩 더 로드 메이드 (Something The Lord Made, 2004) 리뷰

썸딩 더 로드 메이드, Daum 영화에서는 제목이 간단하게 "신의 손"으로 나오는 작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IMDB에서 평점 8.3 이라는 준수한 점수를 얻고 있습니다. 주말 늦은 밤, IPTV 영화를 찾다가 미국 의학 영화 라는데 확 끌려서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느끼는 바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실력, 무엇보다 실력을 우선하는 모습에서, 미국이 선진국인 이유를 새삼 알게 됩니다. 물론, 2017년인 지금도 미국에선 인종차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인, 1930년대에서 이야기는 출발합니다. 고졸 흑인임에도 하얀 가운을 당당히 입고 다니며, 도전적이고 오만한(!) 의학박사 블레이락의 명석한 조수로 일하던 남자 비비안의 이야기인데요. 갈등도 담겨 있고, 좌절도 담겨 있지..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Lupin III: Castle Of Cagliostro, 1979) 리뷰

옥수수님의 도움으로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을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정말 70년대 작품이 맞는지, 참 즐거웠으며, 99분이 훌쩍 지나고 말았습니다. 알기 쉽게 권선징악이 분명한 이야기 구조, 또한 주인공 루팡의 행복한 도둑 인생관이 마음에 쏙 남게 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루팡은 자신이 도둑임을 애써 갈등하지 않습니다. 단지 오늘은 어떤 모험을 해볼까를 고민합니다. 하루를 즐겁게 맞이하다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맹렬하게 질주합니다. 그 유쾌함이 영화를 신나게 해줍니다. 어쩌면 어리석게도 나는 쓸데없는 고민들 속에서 이것도, 저것도 선택하지 못하면서 살았던 게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루팡은 운명적으로 웨딩드레스 차림의 여인을 구해보려 하는데, 이로써 복잡한 사건에 휘말려 들어갑니다. 1도 망설..

유스 (Youth, 2015) 리뷰

영화 유스는 유럽 작품이고, 느린 호흡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사가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고 아주 높은 평점을 주었던 평론가분도 계십니다. 저는 습관처럼 아마존 리뷰를 살펴보는데, 노년의 삶에 대하여 우리가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노년의 삶에 대해서는 저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무겁고 어두운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들이를 나온 노부부는 지하철 역에서 급하게 용무를 해결하는데, 오래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매우 힘들어 해서 배우자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힘겹게 일어서는 장면이 머릿 속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제 70줄에 다가가고 계신 부모님은 치아가 말썽이고, 어머니는 양극성 장애를 앓으시고, 노년의 삶은 과연 좋은 것이 있는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한 ..

드레스메이커 (The Dressmaker, 2015) 리뷰

1950년대 호주를 무대로 하고 있는 수작 영화 드레스메이커 이야기 입니다. 복수를 테마로 하고 있고, 의상들이 또 영화 보는 재미를 선물합니다. 기본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25년 전, 소녀 시절에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려서 마을에서 쫓겨나게 된 틸리양. 그녀는 호주를 떠나 유럽에서 공부하게 되었고, 이제 디자이너 라는 직업을 가지고 고향 마을로 귀환하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틸리를 기억할 것인가? 그녀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 무렵 저는 예술 속의 의학이라는 교양서 한 권을 읽고 있었는데요. 의대 교수님께서, 아내가 기분이 별로일 때, 가방을 선물하면 기분이 2개월 동안 좋아지고, 원피스를 선물하면 기분이 6개월 동안 좋아진다고, 써놓아서 박장대소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여자 분들만의 이..

미씽: 사라진 여자 (MISSING, 2016) 리뷰

쓰다보니 순서상으로는 2,000번째 글이 되었습니다. 이제 게이머로 복귀를 했으므로, 마음 같아서는 짜~안 하고 게임리뷰를 줄줄이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잡고 도전하는 작품들은 클리어까지 보통 1~2달씩 걸리는 작품들이라, 당분간은 예전처럼 영화 리뷰, 책 리뷰로 블로그를 채워야 겠습니다. (주 1회 이상 업데이트를 목표로 분발해야 겠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한국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저는 한국 배우 중에서는 특히 공효진을 좋아하는데, 스릴러 영화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줘서 참 신선했던 작품입니다. 영화는 이혼 후에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워킹맘 지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겨우 구한 보모 한매가 있어서 그래도 다행입니다. 한매는 한국어에 도통 서툴고 중국어를 모..

콜로설 (Colossal, 2016) 리뷰

해외영화인데 서울이 영화의 주무대가 될 수 있다고요? 주연이 앤 해서웨이라고요? 그리하여 영화 콜로설에 관심을 가지고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이색적이고 보기 드문 괴수 스토리라고 생각됩니다. 이용철 평론가님이 기발한 B 무비 같다며 7점이나 찍어주었는데요. 한국과 미국이 연결되어 있다는 직설적인 구성과, 괴수가 한국사람들을 실수로 희생시켜서 사과하는 태도는 참 인상적입니다. (물론,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계십니다.) 글로리아 역의 앤 해서웨이가 그 동그랗고 커다란 눈으로 연기를 잘 해서 저는 마음에 오래 남을 독특한 B급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많은 경우 실의에 빠져 있는 대목이 생각납니다. 글로리아는 술에 번번이 취해 있고, 글로 돈 버는 것이 그리 근사하지도, 또 쉽..

미니언즈 (Minions, 2015) 리뷰

마음을 비우고 보면 더욱 좋은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이야기 입니다. 우리는 지치기도 쉽고,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뚜렷한 목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혹시 목표가 있다고 해도 이루기 너무 멀어 보입니다. 한 걸음씩 끈기 있게 가면 된다고 하는데, 정작 그 한 걸음 내딛기가 쉽지만은 않네요. 자, 이럴 때는 미니언즈를 보면서 힘을 얻을 시간입니다. 케빈, 밥, 스튜어트 - 슈퍼배드 원정대는 모험을 떠납니다. 새로운 당대 최고의 슈퍼 악당을 보스로 모시기 위해서 과감한 도전에 나선 것입니다. 정말 멋진 선택입니다. 보스를 잃고서 우울증에 빠진 미니언들은 드디어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영화는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유쾌함", 그리고 "질주감"을 느낄 수 있게 편성되어 있습니다. 1시간 30분이 금방 지나가버린..

사막에서 연어낚시 (Salmon Fishing In The Yemen, 2011) 리뷰

말이 안 되는 일이 마음을 사로 잡을 때가 있습니다. 영화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제목 그대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미담을 담은 영화입니다. 베스트셀러 원작을 하고 있어서,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재밌습니다. 어느 아마존 리뷰어는 수년 동안 본 영화 중에, 손가락에 꼽힐 만큼 마음에 남는 좋은 작품이었다고 극찬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 역시 다 보고 나서 개운한 기분이 들어서 무척 신기했습니다. 사막을 초록으로 뒤덮는다는 무모한 도전에 나선 "멋진 사람들의 연대"가 훌륭했습니다. 중동의 오일왕자는 천문학적인 돈을 가지고 있지만, 이 돈을 남들과 다르게 쓰고 싶어합니다. 취미는 낚시! 그래서 자신이 살고 있는 예멘 땅에서 연어낚시를 하고자 하는 "비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 비전이 현실적으로 ..

디스커넥트 (Disconnect, 2012) 리뷰

솔직히 말하자면, 동호회 활동을 오래했고, 몸에 익숙한 편이기 때문에, 저는 대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선의"를 믿는 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세계에는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할 때가 제법 있습니다. 누군가는 심심하다고 혹은 관심 받고 싶어 장난을 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인터넷 관계망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지요. 더욱 지독한 경우가 있습니다. 악성코드나 랜섬웨어를 통해 컴퓨터를 엉망으로 만드는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합니다. 사이버 범죄는 갈수록 진화하고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영화 디스커넥트는 SNS 세계를 다루고 있는 섬세한 작품입니다. 크게 3줄기의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는 복합 영화이기도 합니다. 포스터의 설명을 빌리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