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853

퍼펙트 게임 (2011) 리뷰

평소 스포츠, 특히 축구와 야구를 아주 좋아하는데다가, 어린 시절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기 때문에, 최근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영화 퍼펙트 게임을 정말 즐겁게 보았습니다. 라이벌이라 불리던 당대 최고의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에 관한 이야기. 200개가 넘는 역투를 보여주면서, 15회 무승부를 펼쳤다는 그 전설의 기록을 근거로 해서, 영화는 제작되었는데, 참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시선 면에서 그러합니다. 중심잡기가 쉽지 않았을텐데도, 롯데와 해태, 전라도와 경상도, 또 일류와 마이너까지 그 비중을 골고루 배분하는 역량이 돋보였습니다. 스포츠를 통해서 분열을 조장하고 싶었던 권력의 뒷이야기까지 살짝 숟가락을 보태는 것도 재밌습니다. 확실히 요즘에도 스크린과 스포츠, 그리고 섹스 (이른바 3S) 는 ..

스파이더맨 (Spider-Man, 2002) 리뷰

언제봐도 재밌는 액션 영화, 제가 참 좋아하는 영화, 스파이더맨 이야기 입니다. 당시 제작비만 약 1억4천만 달러에 달하는 특급 블록버스터 였는데, 뚜껑을 열고보니 놀라웠지요. 1주일만에 흥행 수입 1억 달러를 돌파하며 (1주일만에 1억 달러 돌파는 당시 사상 최초 였습니다), 북미에서만 4억달러, 세계적으로 8억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슈퍼히트 영화가 되었지요. 스파이더맨이 종횡무진 도시를 누비고 다니는 장면은 시원하고, 짜릿합니다. 롤러코스터만큼이나 즐거운 영화니까요.  잠깐 히어로 이야기를 해보지요. 슈퍼맨은 일단 하늘을 날아다니며, 힘이 넘치는 근육남입니다. 배트맨은 어쨌든 부자입니다. 타고 다니는 것도 정말 멋있습니다. 아이언맨은 천재에 예쁜 비서까지 있고, 토르 정도까지 가면 그야말로 신급의 영..

말하는 건축가 (Talking Architect, 2011) 리뷰

새벽 1시. 잦은 밤샘 근무로,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데다가, 배가 고팠던 저는 라면을 사러 가고자 점퍼를 껴입습니다. 영화 말하는 건축가에서 라면 먹는 장면이 나와서, 아마 라면이 먹고 싶었나 봅니다 (웃음) 그리고 인근의 동네슈퍼에서 라면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어쩐지 하늘이 반짝이는 것 같아서 고개를 위로 들어올립니다. 이상한 광경이었습니다. 밤하늘에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전날에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도 차갑고 맑은 느낌이었고, 그래서인지 별빛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지요. 특히 눈길을 사로 잡던 것은 물음표 비슷하게 생긴 6개의 별이었습니다. 중간에 아주 흐릿하게 별이 하나 더 보여서, 문득 일곱개 같기도 했습니다.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이거 설마 북두칠성인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몇 분..

색계 (Lust, Caution, 2007) 리뷰

여러 번 보았던, 색계라는 놀라운 영화가 있습니다. 중국 작가 장아이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영화는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원작 작가 장아이링에 대해서도 평가가 높으며, 혹자는 장아이링은 루쉰과 더불어서 20세기 중국 문학계 최고의 인물이라고까지 찬사를 보내기도 합니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그녀의 문체처럼, 영화도 굉장히 감각적입니다. 색계에 대해서 그저 "야한 영화"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늘은 차분하게 이 영화와 함께 생각할 꺼리들을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 우선 제목. 영어로 하자면 이 두 단어는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성적욕망과 경계라는 두 단어의 조합이니까요. 동양권의 사람이라면 색계하면 바로 색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이해가 빠르겠지만요. 원작 작가 장..

베를린 (The Berlin File, 2012) 리뷰

어느덧 꿀처럼 달콤하던 설날 연휴의 마지막날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랜 절친과 함께 영화관 나들이를 계획했지요. 상영작 중, 보고 싶었던 영화는 많았는데, 우리는 베를린을 보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지요.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과 비슷한 이유일 것입니다. "난 이 영화는 이미 봤어." 라는 말이 나오면 일단 탈락하기 때문에, 결국 서로 보지 못한 영화 중에서 고르다보니 베를린 (...)  아, 여하튼 서론이라도 좀 재밌게 써야하니까요. 베를린은 꽤 무거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하정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정말 멋있었고, 악당전문(?) 류승범도 싱크로율이 매우 좋았습니다. 화려한 액션장면과 영화관을 압도하는 총소리는 긴장감을 잘 살려냈습니다. 솔직히, 보고 있으면 뿌듯하고 좋습니다. 한국 영..

써니 (Sunny, 2011) 리뷰

설날. 할머니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올해로 이제 90대가 되는 할머니는 이상하리만큼 저를 귀여워하셨지요. 이번 설날에도 저는 할머니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용히 듣곤 합니다. 노인은 그 자체로 도서관 같다 라는 표현이 있는데, 아무래도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해주기 마련입니다. 경로당에서 아직도 현역으로 식사준비를 한다는 정정하신 할머니는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밥짓기, 반찬하기가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많은 양을 준비하는 일을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더라고. 나이가 나보다 적은 할머니들도 많이 있지만, 젊을 때부터 봉사하고, 식사준비하고, 이런 것이 몸에 배여 있지 않으면 못 한단 말이지." 저녁 늦게 이 이야기를 듣자 마자, 저..

파수꾼 (Bleak Night, 2010) 리뷰

한 소년이 죽었다. 짧은 문장으로 시작되는 줄거리. 영화 파수꾼 이야기 입니다. 파수꾼은 상당히 독특한 전개방법과 장르감을 보여줍니다. 죽은 사람을 추모하거나, 애도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죽음까지의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영화도 아닙니다. 세 친구로 부를 수 있는, 청소년들의 또래집단 이야기를, 오늘날 아이들 일상의 표현방법을 그대로 담아서 영화가 이어집니다. 보는 도중에, 우리는 어쩌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또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와 동갑인 윤성현 감독의 연출력과 각본력에 저는 대단히 감탄했습니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무서운 천재성을 보여주었는데, 그의 장편 데뷔작이 파수꾼입니다. 부끄럽지만..

다이 하드 4.0 (Live Free Or Die Hard, 2007) 리뷰

설날 연휴라서, 즐거운 영화가 잔뜩 있네요. 오늘은 다이하드4.0 이야기를 살펴볼까 합니다. 제작비만 1억달러 넘게 들어간 액션 영화로서, 일단 눈과 귀가 즐겁습니다. 이야기 하고 있는 주제도, 굉장합니다. 일반적인 범죄가 아니라, 사이버 테러를 중심으로 두고서 영화가 빠르게 전개되어 나갑니다. 속도감도 굉장히 좋아서, 2시간이 넘는 영화가 짧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리뷰에 앞서, 사이버 공간을 두고 재밌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가상공간에서의 시간은 현실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자면, 사이버상에서의 하루는, 현실에서의 일주일과 같은 비중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사이버상에서 고객의 클레임(불만)에 대하여 하루만 늦장대응 하는 경우, 그 파급효과는 현실에서 일주일의 늦장대응만큼 무서울..

허트 로커 (The Hurt Locker, 2008) 리뷰

섬뜩한 문장과 함께 시작되는 전쟁 영화 허트 로커. "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 같아서 종종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 허트 로커는 전쟁 한복판에서 폭발물을 제거하는 EOD의 이야기 입니다. 폭발물을 제거하는 일은 우리가 상상하던 그 느낌 그대로 입니다. 목숨을 걸고, 신중하게 처리됩니다. 한순간의 방심이나, 실수는 그대로 생명을 앗아갑니다. 영화는 덤덤하고 현실감 있게 이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타들어가는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이들을 쉽게 "영웅화"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3명이서 팀을 이루어서 폭발물에 맞서고 있지만, 누구 하나 완벽한 사람이 없습니다. 허트 로커는 일관되게 인간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갈등은 그대로 드러나며, 심지어 오판의 가능성까지도 열..

그녀가 떠날 때 (When We Leave, 2010) 리뷰

영화 포스터에는 통렬히 가슴을 뒤흔든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 흔들리는 마음 안에서 떠오르는 장문이 있었습니다. 작가 루쉰의 글, "노라는 집을 나간 후 어떻게 되었는가" 입니다. 글 속의 그녀, 노라처럼 용기를 내어서, 어려운 결정을 하고, 홀로서기를 결심하였을 때, 과연 그녀는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이지요. 그리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권이라고 루쉰은 못박습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굶어죽는다는 의미 입니다.  용기만으로는 세상의 틀을 바꿀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기존의 가치관은 견고하며, 자신은 그 앞에서 마음이 산산조각 부서지더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주인공 우마이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결단하고, 홀로서기를 결심한 여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