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997

머나먼 다리 (A Bridge Too Far, 1977) 리뷰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전쟁명화 머나먼 다리는 여러가지 생각을 던져줍니다. 연전연승을 올리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연합군, 그리고 군 사령부의 위험한 판단 수준, 전쟁은 승자에게도 비참한 독약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메시지까지, 많은 것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가령 간단하게 들리는 말, 싸워서 이기면 만사OK 같은 언어에 대하여, 영화는 차갑게 반문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다" 전쟁에서 이긴다는 명분을 내걸어서,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면 좋은 판단으로 부르긴 힘듭니다. 그래서 고대의 현인들은 싸우지 않고 이긴다면 가장 좋은 일이라고 평했겠지요. 어쨌든 영화는 육해공을 넘나들며 굉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요즘 제작을 한다고 해도, 이 정도 수준까지 만..

고려의 대외 관계 1부 - 거란과의 전쟁

바로 무신 → 권문세족으로 넘어가기 전에, 고려의 대외 관계를 정밀하게 이해한다면 좋을 것 같아서, 문서를 따로 준비했습니다. 호기로웠던 고려의 초반부를 느껴본다면 좋겠다는 측면도 있고요. 주변의 침입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맞짱 뜨자면서 정면으로 붙는 경우가 있고, 평화롭게 가자며 외교적 협상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는 굴욕적이더라도 외세의 강력함을 인정하고 사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재밌게도 고려는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가의 분위기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차근차근 고려를 침입한 주변 민족들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조금 도식화 시켜서 간단히 요약하면 우선 다음과 같습니다. 고려 초 호족이 주류일 때는, 거란이 쳐들어 옵니다. 10~1..

영화 링컨 (Lincoln, 2012) 리뷰

영화 링컨은 다양한 이유로 보기 괴로운 작품일 수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임기 중에 암살된 인물이며, 너무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서 실천하던 인물입니다. 그를 단지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무엇인가 멋진 이미지를 기대하고 있었다면, 이 작품을 보면서 그 시각이 박살날지도 모릅니다. 엄청난 고생으로 인해서, 수척해진 링컨의 모습과, 그의 작은 어깨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한 때 유행했던 노래제목처럼,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우리는 영화에서 존경받는 링컨을 보기 보다는, 신념을 밀어붙이고, 포기하지 않고 설득해 나가는 정치가의 추진력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파들은 링컨에 대고 이렇게 야유합니다. "독재자 링컨" 두번째 이유로는, 링컨은 재미 있..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 및 무신 정권 성립

1135년으로 기록되어 있는,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 고려 문벌 귀족이 지배층일 때, 묘청이 난을 일으켰다 끝? 암기식 한줄 국사에서 벗어나서, "서경천도" 이것 하나만으로도 문서를 채울 수 있을 만큼, 심층 이해 속으로 들어가보고자 합니다. 우선 외부상황부터 볼까요. 당시 고려는 북쪽에서 아주 강력해진 여진족이 금나라를 세운 시점입니다. 금나라는 쳐들어 와서 대놓고 고려에게 요구합니다. "너희들, 사대 하시오, 너희는 이제 신하 나라다, 알겠소?" 이 때 이자겸을 비롯한 보수파 귀족들은 OK 를 선언합니다. 사대하면서, 나만 배부르면 되지, 라고 생각했던 셈입니다. 현실적으로 강력해진 금나라와 싸웠다가는, 서로 피곤해 질 것은 분명한 일이었고요. (긍정적 측면에서 보자면, 백성들이 전란의 소용돌이에 ..

실패에서 성공으로 리뷰

세일즈 분야의 고전 명작, 프랭크 베트거가 지은 실패에서 성공으로 책을 리뷰할까 합니다. 저는 서비스 업계에서 상당히 일을 했지만, 직접적인 영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오랜 친구 한 명이, 세일즈 분야에서 좋은 책을 권해달라고 하기에, 저는 미국 아마존을 서핑하던 중 고전적인 책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지요. 1947년에 출간된 이 책 입니다. 처음에 호기심으로 살짝 읽어내려가다가, 이걸 응용한다면 굉장하겠다 싶은 놀라운 부분이 많아서, 내친김에 완독하고, 리뷰를 남겨볼까 합니다. 판매를 잘하는 법이, 과연 인생을 즐겁게 누리면서 사는 것과 연관이 있을까 싶은데, 그렇다면 우선 서론부에는 간단히 블로그를 재밌게 꾸미는 법을 설명해봅니다. 1947년에 블로그가 있었냐고요? 당연히 없었지요. 말하자면, ..

리뷰[Review]/책 2013.04.13

오블리비언 (Oblivion, 2013) 리뷰

제작년도에 2013이 들어가는 첫 리뷰가 되겠네요. 두 명배우의 이름값 만으로도 꼭 보고 싶었는데, 지인을 설득해서 아침부터 즐거운 영화관 나들이를 하고 왔습니다. 이래저래 행복한 주말이군요. 오블리비언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나뉠 것 같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당장 저와 지인 두 사람만 해도 의견이 달랐고, 뒷자리에서 보던 두 외국인 친구는 나가면서도 서로의 의견을 말하느라 정신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열린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주 쉬운 스토리 구조를 밀어붙이면서도, 자유롭게 생각할 공간을 남겨두었다는 점입니다. 리뷰를 재밌게 써봐야 할텐데 말이에요. 어떤 분들은 반종교적인 영화라고 접근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영화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게 원칙적으로 좋다고..

영화 드라이브 (Drive, 2011) 리뷰

이 작품은 자동차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닙니다. 비교적 저예산 (1천5백만 달러) 으로 제작된, 긴장감 넘치는 범죄 영화에 가깝습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극중에서의 섬세한 심리묘사까지 잘 담아낸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그냥 이름도 없는 "드라이버" 입니다. 하는 일도 존재감이 별로 없습니다. 영화 스턴트맨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카센터에서 정비공으로 조용히 지내는 편입니다. 물론 이걸로 영 밥벌이가 시원찮았는지, 한 번씩 범죄활동에 참가하면서 운전만 해주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무명남자가, 운전 하나는 탁월하게 잘한다는 점입니다. 그의 차분하면서도, 맹렬한 운전실력과 함께 영화는 시작됩니다. 글쎄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주인공인 "드라이버"는 굉..

문벌귀족 사회의 동요 - 탐욕의 모순을 주시하며.

이번 문서는 모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존경받는 정치가들이 간혹 있는데, 중국 주은래 총리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이런 평가가 따라붙습니다. "고위 권력자임에도 청렴하였으며 권력자로 행세하지 않았다. 성실성과 친화력으로 인망을 얻었다." 이번 문서에는 반대되는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고위 권력자 였기에, 권력자로 행세하면서, 우리 귀족들만 잘 살면 되는,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문벌귀족을 만나봅시다. 흐흐. 자! 고려는 어떻게 세워졌는가? 그 출발은 대단했습니다. 호족과 6두품이 힘을 합쳐서, 신라 골품제 같은 폐쇄적 구조를 반대하며, 누구나 주인처럼 살 수 있음을 꿈꾸던 나라였습니다. 그들은 신라 왕가가 자기들 끼리 특권을 누렸던 그 구조적인 차별을 깨부쉈고, 이제 최승로의 건의가 왕..

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입니다 리뷰

법정 변호사로 활동하던 링컨은 핵심을 이야기 하는데 능숙했던 것 같습니다. 검사가 2시간을 거쳐서 사건을 요약하면서 배심원들에게 이야기 했을 때, 변호사 링컨은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요? 링컨은 단 한 가지 핵심문제만을 거론하면서, 1분도 채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2시간의 검사와 60초의 링컨, 승소한 것은 링컨이었습니다. 핵심을 생각하는 기술은 그런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쓸데없는 말이 많았던 저는, 괜히 머쓱해 지는 이야기인데, 어쨌든 서론으로 꺼내들어봤습니다. 질문을 던져보기 위해서 입니다. 오늘은 잠깐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요? 부정적인 반응이 먼저 나올 것 같습니다. 거부감, 불쾌감, 두려움, 혹은 피하려는 마음. 죽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렵습니다. "죽으면 다 무슨 ..

리뷰[Review]/책 2013.04.11

가위손 (Edward Scissorhands, 1990) 리뷰

불후의 명작 가위손을, 세월이 흘러 한참 뒤에 다시 보면 무엇인가 다른 지점이 보일 것 같았습니다. 20년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슬프고, 순수한 영혼이 살아가지 못하는 현실과 겹쳐보여서, 여운은 또 다시 진하게 남습니다. 멋진 가위손을 보기 보다는, 마이너리티의 차별이 더욱 인상 깊은 영화 가위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존재는 어떻게 해서, 사랑받다가, 결국 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가? 생각할수록 가슴 미어지는 어른을 위한 동화, 조니 뎁의 섬세한 연기 속으로 떠납니다. 스토리 라인은 참 쉽습니다. 과학자에 의해서 창조된 에드워드는 미완성 생명체 입니다. 손을 완성하지 못해서, 가위손을 갖고 있다는 게 엄청난 특징이지요. 평범해 보이고, 훈남 외모까지 가지고 있지만, 손이 다르다는 이유로 에드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