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997

임진왜란, 그 잔인한 현실 속으로...

어떤 잘 사는 집단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로얄 패밀리 였고요. 호화로운 집을 거닐면서 생활을 즐기던 집단 입니다. 이들은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너희들을 잘 보살펴 줄테니, 우리를 잘 섬기고, 말을 잘 듣도록 해." 그리고, 마침내 위기가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음의 위기를 마주하게 되는 잔인한 시간이 왔습니다. 재빠른 로얄 패밀리들은 나부터 일단 살아야지 하면서, 짐을 싸고, 제 갈 길을 떠납니다. 오늘은 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러니까 한 명의 이름 없는 백성 입장이 되어서 임진왜란의 장면을 눈물로 들여다볼까 합니다. 지배층들의 위선이 폭로되는 불편한 진실 앞에서, 겸허한 태도로 천천히 본편으로 떠나봅시다. 임진왜란은 일본이 말도 안 되는 명분을 주장하면서 시작됩니다. 도요토미가 정..

조선전기의 대외관계 - 사대 교린 정책

조선은 1392년 건국 후, 임진왜란이 일어나는 1592년까지 무려 200년 동안이나 전쟁이 없었습니다. 조금 신기한 대목이기도 한데, 나름대로 외교 정책을 밀고 있던게 있습니다. "사대교린" 입니다. 큰 것을 섬기고, 이웃과는 교류한다는 겁니다. 즉 명나라를 섬기고, 여진과 일본과는 교류를 해나가는 정책입니다. 물론 조선 초기에는 정도전이 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요동정벌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어쨌든 조선은 기본적으로 사대교린 외교로 밀고갑니다. 오늘날 관점으로 보면 명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대"라는 말 때문에, 어감은 상당히 좋지 못하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자주적인 실리외교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얻을 건 확실히 얻어가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지요. 또한 공무역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주면, ..

사화 이야기 두 번째, 개혁가의 최후.

지난 문서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중종반정이 일어나며 연산군은 폐위되었고, 그러면서 중종이 사림들을 등용하기 시작합니다. 훈구세력이 가진 힘이 자꾸만 강해지자, 일종의 견제하는 세력이 필요했던 거지요. 새로운 사림세력들과 함께 왕권강화도 할 수 있고, 훈구파도 견제할 수 있으니, 중종의 선택권은 당연했습니다. 반정을 함께한 공신들 틈에서 어느 정도 독립해보고 싶었겠지요. 자, 그런데 중종이 바로 조광조라는 인물을 등용하고 가까이 하면서, 이른바 조선시대판 기득권전쟁이 펼쳐집니다. 보수의 놀라운 저력을 감상할 수 있을지도요. 하하. 사림 출신의 굉장한 개혁가 조광조! (김육, 흥선대원군과 함께) 조선 3대 개혁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가 어떤 일들을 추진했던 걸까요? 그리고 불과 30대 후반의 나이로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Vicky Cristina Barcelona, 2008) 리뷰

영화 제목이 조금 난해한 것 같습니다. 차라리 원문대로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라고 쓴다면, 다가가거나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려나요. 자극적인 제목과 약간 불성실해 보이는 자막이 영화의 감수성을 살짝 갉아먹은 듯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용과 풍경, 그리고 음악 아니겠어요. 우디 앨런의 자유분방한 감수성을 눈부신 미인들과 함께 느껴볼 수 있는, 그야말로 즐거운 시간이 되어준 작품입니다. 사랑과 전쟁에서 종종 펼쳐지는 너죽고 나죽자 같은 피보는 정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생활과 삶이 좋으면 OK! 제도가 무슨 상관이람!" 이라는 예술가적인 감성이 듬뿍 묻어 있습니다. 두 친구 - 비키와 크리스티나의 바르셀로나 여행담을 재치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둘은 절친이긴 하지만, 사랑..

무간도 (無間道: Infernal Affairs, 2002) 리뷰

오늘은 전설의 명작 느와르 무간도 이야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흥미로운 시나리오 구조, 팽팽하게 전개되는 가득한 긴장감, 누군가의 노예로 살아갈 수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명장면들. 21세기 홍콩 영화 중에서 손꼽히는 걸작입니다. 무간지옥은 끔찍한 곳으로 묘사되는데요, 계속해서 쉼없이 고통만이 계속되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어쩌면 두 주인공의 삶이 그러하지요. 가짜 경찰 유건명의 하루하루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에 가깝습니다. 살짝만 실수하다간 곧바로 인생의 끝을 만나게 됩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위장된 경찰 생활 속에서, 점점 유건명이 출세길을 달린다는 점입니다. 조금 이상하게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절박한 환경에 처한 사람이, 누구보다 일에 매진하면서 훌륭한 ..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리뷰

007 50주년 기념작품인 스카이폴 이야기 입니다. 제임스 본드의 강력한 임무의지와 헌신적인 열정이 인상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명작이지요. 이 영화는 두 가지 질문을 제게 던져주었습니다. 온힘을 다해서 조직을 위해서 노력했을 때, 결과가 좋지 못했다면, 다시금 조직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근본적 동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둘째로, 화려하고 편안한 삶을 버리고, 스스로 속박되는 삶을 선택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의 인생을 과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복잡하거나, 철학적인 접근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막 써내가는 리뷰에 당연히 그럴만한 필력도 없고요. 하하. 스카이폴은 "국장이라 할 수 있는 M"이 훈련으로 낳았던 두 아들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

아이언맨 3 (Iron Man 3, 2013) 리뷰

영웅이 언제나 즐겁고, 멋지며, 근사한 것은 아닐테지요. 고독한 시간을 달랠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하고, 때로는 잠을 이루지 못해서 방황하고, 힘들어 한다는 것. 어쩌면 영웅의 뒷모습이란 우리네 일상처럼 힘든 풍경이 펼쳐지 있는지도 모르지요. 우리는 너무 앞모습만 보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한 듯 합니다. 아이언맨 3편은 그런 면에서 참 흥미로운 시선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영웅은 무슨 답을 할 수 있을까요? 토니 스타크는 겉으로는 최고의 성공가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집은 또 얼마나 화려하고 넓은지요. 천재답게, 엔지니어링 뿐만 아니라, 언론과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까지 잘 파악할 줄 압니다. 정작 가장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토니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

다이나믹 조선사, 연산군과 사화 이야기

저는 "긴장감"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고려에 비한다면, 조선은 좀 더 안정적인 분위기로 흘러가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요. 때로는 피바람이 불어닥치는 권력투쟁의 참혹한 모습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가, 무려 네 차례나 있었던 "사화"였지요. 간단히 사림 세력들이 화를 당했다 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 대체 이들은 왜 심한 화를 입었는지, 구체적인 장면들을 살펴보면서 오늘은 즐겁게 문서를 정리할까 합니다. 조선시대는 15세기까지 훈구파가 주도세력이었고, 16세기 이후부터는 거의 400년간을 사림에서 주도하게 됩니다. 뭐, 사림도 나중에는 서로 의견이 맞는 사람들끼리 당을 형성하고, 붕당정치를 해나가지만요. 어쨌든 오늘의 주요장면들은 사림의 성장기 입니다. 훈구파를 공격하면서 떠오르기..

에반게리온 파 (Evangelion: 2.0 You Can [Not] Advance, 2009) 리뷰

오랜만에 오덕 투혼을 불태우면서, 즐거운 리뷰를 하나 남겨볼까 합니다. 케이블TV에서 극장판 에바를 해주다니 상당히 놀랐네요. 개인적으로 서는 극장에서 보았고, Q는 아직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잠정보류 중이던 파를 최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신극장판 중에서도 파는 한국, 일본 양쪽 모두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굉장한 애니메이션이지요. 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순서는 서 - 파 - Q - 최종화 의 4부작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서론을 보태자면, 70-80년대 태어난 이들이 그러하듯이, TV판 에반게리온은 소년시절의 즐거움으로 추억되곤 합니다. 복제된 테이프를 통해서 원판을 돌려보던 그 추억. 슈퍼로봇대전에 이제 에바까지 나온다는 이유로 열광하던 그 추억.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에반게리온은 재밌고, 자극..

조선의 군사 제도와 관리 등용 제도

오늘도 후다닥 문서를 정리해서 옮겨놓습니다 :) 마음을 비우고, 명경지수의 맑은 자세로... 조선의 군사 제도는 원칙부터 봐야겠지요. 조선 군역의 기본 원칙은 의무병이라 할 수 있는 "양인개병" 이 있습니다. 즉 양인들은 모두 병사가 된다는 말이지요. 따라서 노비처럼 천민들의 경우에는 군역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노비야 언제나 재산으로 다루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자, 그렇다면 양인이면 모두가 병사인가? 라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양인은 크게 사, 농, 공, 상으로 구분되는데요. 먼저 사, 그러니까 선비들 중에서는 현역 관리와 공부하는 유생은 군역의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살짝 특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다르게 본다면 이들은 국가에 대한 일을 이미 하고 있으므로, 이중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