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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더 비기닝 (Star Trek, 2009) 리뷰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취향을 너무 밀고 간다면, 소수만을 위한 영화가 되기 쉽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상업적으로만 찍는다면, 아무런 감흥이 없는 영화가 되버립니다. 그 중간 지점을 절묘하게 포착한 걸작 SF영화가 있으니, 스타 트렉의 새로운 극장판이라 할 수 있는, "스타 트렉 더 비기닝" 입니다. J.J. 에이브람스 감독은 이 새로운 신극장판에 관하여 "팬이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합니다. 저 같은 사람이야 SF 영화를 참 좋아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내용이라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보아도 짜릿할 듯 합니다. 블록버스터 답게 제작비만 1억5천만 달러가 들어갔고, 영상미와 사운드도 일품입니다. 인류의 마지막 미개척지라..

근세문화사 1.5 - 교육기관, 그리고 성리학의 잔향

제목에 1.5를 붙인 것은, 이번 문서는 사실 별로 내용이 많지 않은 터라, 금방 정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5세기와는 상당히 다른 16세기 문화가 있는데, 대표적 특징은 무엇일까요? 사림이 집권했기 때문에, 사대적인 분위기가 흘러나온다는게 가장 인상적입니다. 16세기 역사서에는 사대적 성격이 있는 동국사략이 있으며, 유명한 이율곡이 썼던 기자실기가 있습니다. 기자가 누구냐 하면, 중국사람이거든요. 이게 무엇을 뜻하는가 하니, 사림의 성리학자들은 우리나라 정통성의 출발을 (중국)기자로 보는 측면이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상당히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 일단 집권한 사림파가 "중국을 중시하는 성리학 세계관"을 갖고 있었음을 이해해 놓고 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 중국인 "기자"로 인해 고조선이 중..

근세문화사 1 - 열녀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아닐까?

기나긴(?) 조선 전기 이야기도 벌써 문화사까지 넘어왔습니다. 쉬엄쉬엄 정리하는 편인데도, 금방이네요. 문화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15세기와 16세기의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는 점을 배경으로 파악해 두면 좋습니다. 이미 정치 파트에서 한 번 살펴봤었지만, 15세기는 관학파가 주도세력입니다. 특징을 도식화하면, 중앙집권 추구, 사장 (→시와 문학) 중시, 타사상에 관대한 편, 기술 중시 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즉 관학파는 자주적이고, 실용적이며 민족적인 기풍의 문화가 전개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16세기는 4전5기 끝에 사림이 주도세력이 되잖아요. 이들은 향촌자치를 추구하며, 경학 (→유교 경전) 중시, 타사상 배척, 기술 천시 라고 요약됩니다. 따라서 사림파는 사대적인 경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고요. 잠..

주먹이 운다 (Crying Fist, 2005) 리뷰

최근 본 글귀 중에서 기억에 남아있는 게 있습니다. 경쟁사회에서 정상에 도달하기란 정말로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갖은 고생 끝에 일단 정상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를 사수해 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법이다. 한편 비극적이게도, 결국 정상의 자리에서 뒤쳐지기 시작하면, 다시 힘을 내어 과거의 영광인 정상 탈환을 한다는 것은 너무너무 어려운 일이다. 아이구 표현이 좀 어렵나요. 축구로 예를 들어본다면 우리나라 혹은 터키가 다시 월드컵 4강, 한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축구의 전설을 경험하기란 지독히 힘든 일입니다. 한 때 강호였던 폴란드만 해도 마지막으로 4강을 경험한 1982년 이후, 좀처럼 영광은 재현되지 못했고, 2014년에도 터키와 폴란드를 월드컵에서 보기란 힘들 것입니다. 사람의 인생도 비슷한 측..

2013년5월26일/물위를 걷다(마태복음4:22-)/홍종일목사

영암교회 홍종일 목사님 설교 2013년 5월 26일 주일 예배 물위를 걷다 (마태4:22-) 우리는 전 주에 오병이어의 놀라운 기적에 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맛본 사람들은 예수님을 왕으로 추대하려고 야단법석을 피웁니다.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제자들도 부화뇌동해서 ‘예수 왕’을 부르짖습니다. 제자들이야 예수님이 왕이 되면 한자리하는게 꿈이었으니까 당연히 기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지만 예수님의 뜻은 아니었지요. 이때 우리 주님은 왕이 되어서 왕명으로 모든 이들을 하나님의 뜻대로 이끌 수 있는 아주 쉬운 길을 버리고 도망을 갑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피신? 아니면 은신? 오늘날 교회를 이용해서 권력을 가지려는 사람이나 교회안의 벼슬이랍시고 성직을 놓고 다투..

정관누리교회 2013.05.27

가끔은 제정신 리뷰

오늘 소개할 책은 가끔은 제정신이라는, 재밌게 풀어쓴 심리학 교양서 입니다. 일년에 꼭 몇 권씩은 심리학 관련 책들을 탐독하는 편이라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허교수님이 알차면서도 워낙 솔직하게 써놓았기 때문에, 누구나 읽고 생각할 부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추천할 수 있습니다. 핵심적인 내용은 사람은 얼마든지 착각에 쉽게 빠지기 마련이며, 때로는 착각에 빠지는 편이 정신건강에 더 이로울 수도 있다는 재치 있는 이야기들도 담겨 있습니다. 서론으로는 "평균 이상"의 착각을 살펴봅시다. 간단히 말해, 인간은 다양한 영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또래에 비해서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추었다고 지각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이른바 자랑질을 많이 하는지는 피곤할 정도로 자주 느낍니다. 나는 똑똑한..

리뷰[Review]/책 2013.05.26

조선 향촌 사회의 모습들 - 사람이 중요하다!

지난 문서에 이어서 사법기관을 정리합니다. 사실 행정기관과 같으므로,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중앙에 사헌부에서 사법업무를 보았고요, 대역죄인을 처리하는 의금부도 사법적인 일들을 하지요. 수도업무를 보는 한성부에서도 사법처리를 담당했습니다. 다소 특이한 것은 노비 문제를 담당하는 장예원이 있었다는 점. 조선 초기에는 특히 노비 소송이 많았다고 합니다. 지방의 경우는 관찰사와 수령이 사법 처리를 담당합니다. 수령은 하는 일이 굉장히 많았지요. 수령7사라고 해서 임무들을 살펴보면, 농업을 장려했고, 조세 균등을 추구했으며, 교육도 해야 했고, 인구 관리도 합니다. 수령들은 사법권, 행정권, 심지어 군사권까지 갖고 있었으므로, 역할이 막중했다고 볼 수 있고요. 재밌다고 해야할지, 특이하다고 해야할지, 소송 ..

조국의 만남 리뷰

조국교수님을 가만히 보면, 열정이 넘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참여하면 변화는 온다. 당신이 움직이면 세상이 바뀐다." 라고 말하며,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며 실천합니다. 무엇보다 교수님이 좋았던 것은, 변함없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 노동야학에서 활동하기도 했다는 점이 제게는 더없이 친절하고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야학이 있었기에, 애정을 듬뿍 받으며 학업을 마칠 수 있었으니까요. 자신의 시간은 물론이고, 때로는 일해서 버는 돈까지도 아낌없이 써가면서,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저는 항상 감동스럽습니다. 이 책은 한겨레에서 연재되었던 인터뷰를 모아서 엮은 책입니다. 친숙한 김태호PD, 만화가 강풀, 핫한 가수..

리뷰[Review]/책 2013.05.25

아메리칸 뷰티 (American Beauty, 1999) 리뷰

영화 제목이 상당히 의도적인데, 실제 내용은 역설적으로, 미국 중산층의 붕괴를 유쾌하면서도 무겁게 다루고 있는 걸작 명화 입니다. 1999년 작품 중에서는 매트릭스 등과 함께, 많은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지요. 스타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샘 멘데스의 연출력을 높이 절찬하면서, 기어이 그를 영화 감독으로 데뷔시켰는데, 첫 작품부터 그야말로 "대박 만루 홈런"을 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떤 내용을 담았기에 아카데미는 이 영화에 작품상을 주었던 걸까요? 보는 이의 현재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인상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장르를 정의하기 어렵다로 출발하고 싶습니다. 드라마이긴 한데, 마냥 재밌고 경쾌한 에피소드는 아닙니다. 진지할 부분에서는, 나름대로 깊은 고민이 들어가 있고, 각 사람의 욕망을 ..

조선의 사회제도와 법률제도 탐구

사회제도에서 비중이 큰 것은 농민입니다. 농민은 국가의 "근본"이라고 불리니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인구가 가장 많고요, 무엇보다 농민은 국가에 조세, 공납, 역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가 재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농민들은 사족(양반이나 선비)에게 지대를 내기도 합니다. 즉 지배층의 경제적 기반을 제공하는 농민들이었습니다. 생각해 볼 것은 "민본주의"라는 조선사회의 구호입니다. 이건 민주주의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가령 오늘날은 민주주의로 운영되는데, 헌법 1조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능동적인 개념이지요. 그런데 성리학의 민본주의라는 것은, 백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다루며, 이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핀다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예컨대 양반이 부모라면, 농민들은 돌봐줘야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