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1005

근대 태동기의 문화6 - 건축과 공예, 그리고 후기

이번 문서도 분량이 짧다보니, 여담으로 시작합니다. 올해 봄에, 정말로 가볍게 시작했던 국사정리가, 어느새 가을이 되어서 (근대 태동기까지의) 전반기 마지막 문서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많이 놀랐고, 힘이 닿는 대로, 조만간 근현대사 이야기도 잘 정리해놓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역사에 대해서 유시민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역사를 보면 진보주의는 패배를 거듭한 끝에 가끔씩만 승리해요. 수없이 많은 저항과 반란이 참혹한 패배를 당하고... 그 끝에 겨우 하나의 혁명이 성공하고요. 그런데, 그 혁명 다음에는 흔히 보수의 반동이 찾아듭니다." 저는 국사정리를 올해 틈틈이 고민한 덕분에, 이 말에 너무나 공감이 컸습니다. 그렇다면, 역사는 발전하지 않는걸까요? ..

지구를 지켜라 (Save The Green Planet, 2003) 리뷰

리뷰 쓰기 곤란한 작품을 만났습니다! 지구를 지켜라 입니다! 인상적인 작품이라 그동안 여러 번 봤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코믹하고 유쾌한 면이 보였고, 두 번째 볼 때는 인간들의 못난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올해에 다시 보면서, 마침내 소수자로서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게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겉으로 보면 저는 눈꼽만큼도 성장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지만, (키와 체중은 거의 똑같으니까요! 외모는 조금 늙어갑니다만...) 10년이라는 세월은 그나마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 열어주었나 봅니다. 저는 요즘의 모습이 훨씬 좋습니다. 나이든다는 것은, 상상만큼 나쁜 면만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자 어쨌든.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상당히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외계인이 등장한다는 것에서 SF 장르..

역사 e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리뷰

재밌게 역사를 생각하고 접근하려면, 잘 만든 영상물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짧은 역사채널e 에서부터, 클래식한 역사스폐셜 등, 다양한 역사이야기를 영상으로 접하다 보면, 놀랍게도 가끔씩(!) 흥미롭고 재밌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무슨 일을 할 때, 가끔씩이나마 흥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것도 역시 종종 번뜩이는 통찰을 선물해 주기 때문이고요. 올해 출간된 역사e는 그런 의미에서,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생각을 요구하고 있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우치는 힘이 있습니다. 국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강력추천할 수 있는 역사e 이야기로 오늘은 경쾌하게 출발합니다. 오래전 공부방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참 열심히 사는 녀석이, 선택하기 곤란..

리뷰[Review]/책 2013.10.08

근대 태동기의 문화5 - 서민 문화의 발달

지난 문서가 괜히 너무 무거웠던 거 같은데, 이번 문서는 편안하게 서민 문화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핵심은 매우 간단합니다. 조선 후기에는 서민 문화가 발달하고, 이제 양반이 즐기는 시대는 저물고, 서민이 읽고 보고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서민 문화가 발달한 배경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겠지요. 조선 후기는 상품화폐경제가 발달하게 되는데요. 이게 왜 중요한가 하니, 그동안은 신분이 중요했고, 서로가 지배관계로 유지되었다면요. 경제가 계속해서 발달하게 되면, 돈이 중시되고 경제적 이해가 중요해지니, 서로가 계약관계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쉽게 말해, 생산력을 담당하고 있는 기층 민중의 힘이 세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공적인 부농은 몰락 양반보다 훨씬 잘 살기도 하고요. 또한 재밌게..

가능성의 발견 리뷰

일주일 정도, 아주 통렬하게 고민에 몰두하였습니다. 삶의 궤도를 바꿔야 겠다고 결단을 내리고, 한계를 확장해 보려고 고민하였습니다. 정말 고맙게도 좋은 행운을 만났습니다. 너무 빠르게 해답을 얻게 되어서, 감격적이고, 놀랍지만, 여하튼 진솔하게 사고의 흐름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행운은 이처럼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만난 것입니다. 감히 추천하자면, 어지간한 짜집기 양산형 책들 수백권 보다 더 값진 한 사람의 인생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정말 뜻깊은 힌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본문에서 계속 이야기 하겠습니다. 두 번째 행운은, "왜 누군가는 그토록 많은 시간을 공들이는데도 발전하지 않는가?" 라는 의문에 대하여, 지인이 명쾌하게 답해주었기 ..

리뷰[Review]/책 2013.10.04

공부하는 힘 리뷰

수년 전, 처음으로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이라는 책을 읽고, 커다란 영감을 얻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 주변 지인에게도 많이 소개했었고요. 몰입에 대하여, 아주 압축해서 이야기한다면, "단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것이 실제로는 대단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으며, 희열을 동반한다는 주장이었는데요. 저는 그 이후로,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하나의 주제를 오래도록 생각하는 것을 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요즘도 동호인 모임에서, 질문하는 인간, 철학하는 인간 으로 놀림(?)받을 정도로, 끈질기게 생각을 해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황농문 교수님이 한 발 더 나아간 파격적인 책을 선보였습니다. 몰입하고, 파고드는 경험을, 하기 싫은 일, 예컨대 공부 같은 일에도 적용해서 놀라운 성취를 낼 수 있지 않..

리뷰[Review]/책 2013.09.29

끝나지 않은 삶 (An Unfinished Life, 2005) 리뷰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작 영화, 끝나지 않은 삶에 관하여 고찰형 리뷰에 도전해 봅니다. 살아가다보면 견디기 어려울만큼 힘들 때가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류머티즘으로 인해 양쪽 발목 부위를 절개하는 수술을 했었습니다. 굉장히 어릴 때라 잘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아흔에 가까운 할머니께선, 그 때의 장면들을 수십년이 지났어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손자의 고통을 바라보는 행위가 인생에서 견디기 어려웠던 부조리한 순간이었다고 회상되겠지요. 아주 힘겨웠던 순간은 그렇게 강하게 기억 속에 자리 잡아서, 삶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저는 할머니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기에, 그 따뜻한 마음만큼은 여전히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화 끝나지 않은 삶은, 이처럼 인생에..

근대 태동기의 문화4 - 과학 기술의 발달

이번 문서에서는 과감히 질문부터 던져 봅시다. 대체 역사를 왜 배우는 걸까요? 개인적 의견이지만, 간단히 말해, 역사는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자극적으로 쓴다면, 역사 앞에 서 있으면, 한 번뿐인 인생을 이렇게 대충 흘려보내고 막 살아도 되는 건가? 라고 질문하게 됩니다. 역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 입니다. 그러므로, 역사를 생각할 때면, 내가 어떻게 살것인지, 내가 세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해줍니다. 어쩌면, 지금껏 살펴본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많은 부분을 잊어버리게 된다해도 좋습니다. 그게 당연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생각해 볼 것은, 앞으로 나는 역사 앞에서 당당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손짓하는 부패에도 물들지 않을 것인가, 권력을 견제..

청춘을 읽는다 리뷰

좋아하는 작가님 혹은 선생님의 책을 집어든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꽤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강상중 교수님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문화센터 강의를 바탕으로 대폭 가필하고 수정을 덧붙인 원고라서, 쉽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 점이 매력이기도 하겠고요. 페이지가 좀처럼 넘어가지 않아서, 소박한 두께 앞에서 오래도록 진지하게 들여다 보아야 했습니다. 가령 이런 질문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우리의 위치가 주력이 되지 못한다면, 잘 나가는 일류가 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사실 제 나름대로는 하나의 정리된 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좋은 재능이 있다면 가장 좋겠지요. 그러나 설령 나에게 눈부신 재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

리뷰[Review]/책 2013.09.25

근대 태동기의 문화3 - 국학 연구의 확대

국학은,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요? 그 배경에는, 소중화의식이라는 시선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명나라의 대를 이은 정통이라는 자부심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기에, 정통이라면 무엇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겁니다. 우리가 가진 게 무엇일까?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 문서에서는 짧막하게, 국학에 대하여 살펴봅니다. 전혀 어렵지 않고, 재밌습니다! (우기는 중) 먼저 역사서 부터 살펴볼까요. 안정복이 지은 동사강목이 있습니다. 고조선부터 ~ 고려까지 이어오는 흐름 속에서 무엇인지 정통인지 따졌던 역사서 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는 도덕적으로 정당성을 결여한 국가는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상이 있습니다. 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