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402

아티스트 (The Artist, 2011) 리뷰

무성영화에 흑백영화라니, 조금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혹시 보다가 자면 어떻게 하나 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런 섣부른 생각들은 깡그리 날아갑니다. 놀라울 만큼, 이야기가 잘 파악되고,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마디로 즐겁습니다. 마구잡이(?)로, 초고속으로, 쓰다보니, 어느새 영화이야기가 50편 조금 넘었는데, 첫 리뷰도 흑백영화인 쉰들러 리스트 였지요. 다양한 표현 방법 중에서, 제약이 있는 방법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 저는 이 점을 정말 좋아합니다. 영화는 192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한참 시대흐름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순간이었지요. 이 시절은, 이제 소리가 없는 무성영화의 시대는 끝나고, 생생하게 목소리를 들을 ..

쩨쩨한 로맨스 (Petty Romance, 2010) 리뷰

오늘은 리뷰에 앞서서 제 가치관을 조금 돌아봅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펴놓고서 한 단어가 주는 의미에서 영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단어는 "유치하다" 라는 단어입니다. 미숙하다라는 말도 어울리겠고요. 여기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는 "성숙하다"라는 상당히 영글어 있는 느낌의 단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 가치관은 어디까지나 피터팬을 사랑하는 "유치함" 근처에 있을 것입니다. 성숙미가 흠칫 느껴지는 깊은 연애이야기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저는 그야말로 유치찬란해 보이는 달콤한 연애 이야기도 참 좋아합니다. 가령 영화의 영어제목으로 이야기를 좀 더 끌고가면, Petty 라는 단어는 하찮은 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찮은형 하면 역시 박명수가 떠오릅니다. 솔직히 저는 유느님 만큼이나 명수형님을 좋아합니다. 유치해..

딥 임팩트 (Deep Impact, 1998) 리뷰

사연이 많은 영화 딥 임팩트 이야기 입니다. 제작비도 7천 5백만 달러에 달하는 SF영화이고, 후반부의 폭발 장면은 이게 정말 90년대 영화 맞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나름 고퀄리티 입니다. 미미 레더가 여류 감독이지만, 전체적 배경을 설명하자면 조금 깁니다. 우선 장점부터 소개하자면, 이 영화는 재난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비중이 큽니다. 절대적 위기의 순간에 냉혹한 현실 대신, 담대한 희망을 선택하는 인간을 찬사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1930년대에 발표한 원작소설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50년대에도 한 번 영화가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 판권을 70년대 중반에 영화사에서 리메이크를 하고자 사들였다가 쉽게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므로 1차 무산. 그러다가 ..

영화 밍크코트 (Jesus Hospital, 2011) 리뷰

완성도가 훌륭한 영화 밍크코트. 연극배우로 활약 중이신 여주인공 황정민(현순 역)의 신들린 연기력.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집요하게 억눌린 분위기를 끌고 가는 연출력까지, 여러모로 밍크코트는 뛰어난 작품입니다. 영화에 앞서서 이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어서 제작되기 까지,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99년을 앞두고서, 98년에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 같은 재난영화가 개봉하고, 2012년을 한참 앞두고서는 아예 대놓고 2012 라는 영화가 개봉됩니다. 아마 그 영화 개봉이 2009년도 였던가... 여하튼, 영화 밍크코트는 허구적인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즉 영화의 소재나 도서의 베스트..

테이큰 (Taken, 2008) 리뷰

제가 참으로 사랑하는 영화 테이큰 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숨막히는 스릴감이 압권이었고, 어지간한 차광고보다 훨씬 멋진 아우디의 질주 장면이 환상적이었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두 번째 보았을 때는, 아버지의 슬픔이 느껴집니다. 숨어서 관찰하는 미행이 특기라는 브라이언 (리암 니스 분) 이 정작 딸이 자라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어디 있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는 부인의 블랙 유머는, 들을 수록 가슴이 아픕니다. 조국을 위해서 헌신했지만 가족의 행복한 생활은 책임질 수 없었던 특수요원 브라이언. 거의 어쩔 수 없이, 반강제로 워커홀릭으로 지내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많은 아버지들의 슬픔과 공감이 묻어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렇게 지나치게 생각하면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좋은 영화입니다. 한가할..

콘스탄틴 (Constantine, 2005) 리뷰

벌써 몇 번을 보았는지, 2-3년에 한 번씩 꼭 보는 것 같습니다. 키아누 리브스가 참 근사하게 그려지는 영화 콘스탄틴 입니다. 천사 가브리엘 역할을 맡은 인상적인 여배우 틸다 스윈튼도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마이클 클레이튼"이라는 다른 영화를 통해서, 틸다 스윈튼은 2008년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데, 여하튼 이 영화 콘스탄틴에서도 가브리엘의 강력한 존재감은, 처음 봤을 때는 거의 경악적인 수준이었지요. 인간을 지독하게 부러워하던 그녀의 질투 같은, 강하고 기묘한 표현력은 지금도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아, 이제는 이 이야기도 제법 잘 알려져 있지만, 농담반 진담반으로 콘스탄틴은 역시 금연 캠페인 영화였다 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종교계에도 널리 퍼져있는 개그를 덧붙이자면, 신부님 혹..

소스 코드 (Source Code, 2011) 리뷰

이렇게까지 열심히 놀아본 적이 있었을까 싶었을 만큼, 저는 놀 수 있는 시간을 거의 만들어서까지 놀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바쁜 순간을 보내면서도, 한 달 동안 대략 30편이 넘는 영화를 보았고, 손이 가는대로 아무렇게나 리뷰를 써보기도 합니다. 곧 죽을지도 몰라서,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즐겁게 살고 싶다 라고 말합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서른이 넘어서도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 어쨌든 주어진 삶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상상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제 마음 속에는 하고 싶은 것들을 쌓아둔 저만의 창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돈벌고 먹고 살아야 하므로, 그 창고에는 점점 먼지가 쌓여가고, 창고 안을 열어본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깨달았지요. 언젠가 이 창고는 펑..

영화 반창꼬 (2012) 리뷰

마음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사랑했던 무엇인가와 이별할 때, 우리는 마음이 아픕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괴롭게 살아가야만 할 때, 우리는 마음이 아픕니다. 자신이 꿈꿔왔던 순간을 마침내 포기해야 할 때, 우리는 마음이 아픕니다. 영화 반창꼬를 보면서 우리가 조용히 위로를 얻거나, 치유되는 이유는, 그 모든 아픔 속에서도 반창꼬를 붙여가면서 견뎌가다보면, 가끔 좋은 날을 만나리라는 소망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라고 질문할 때가 있습니다. 우선 경제적 곤란으로 함부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들은 조금 줄어들 것 같습니다. 또한, 하고 싶은 것들을 누릴 수 있으므로, 좀 더 편리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

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 2010) 리뷰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킹스 스피치는 상당히 저예산 영화입니다. 1천5백만 달러로 제작했는데, 상상 이상의 세계적 성공을 거두었지요. 4억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기록했고, 걸작 명화로 평가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자극적이거나 감동적인, 이른바 극적인 장면은 철저하게 사라져 있고, 건조하고 느린 템포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킹스 스피치는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고, 우정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으며, 국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음, 제가 오늘 접근해 보고 싶은 부분은, "자학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다르게 쓰자면, "열등감과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

영화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Life, 2005) 리뷰

이병헌의 열연이 돋보이는 느와르 영화 달콤한 인생입니다. 검은, 어두운, 우울한 등이 어울리는 암흑가를 그리는 영화지요. 그러다보니 주로 남자의 이야기로도 묘사되기도 합니다. 주먹과 싸움이 등장하고, 그들만의 룰도 있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제목은 참 미스터리 합니다. 느와르 영화의 제목이 달콤한 인생이라니! 달콤한 장면은 거의 나오지도 않는데 말이에요.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서론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제가 남들보다 많이 해왔다고 자부(?)하는 것 중 하나는 약을 먹어본 경험입니다. 저는 20대 초반까지 거의 약을 달고 다녔고, 안 먹어본 약이 없을 정도입니다. 어릴 때는 병으로 인해서, 하루에 스무알이 넘게 억지로 먹곤 했었지요. (약 많이 먹은 덕분에 저는 위장이 굉장히 약합니다 -_-;;;) 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