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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전성기와 추락, 근초고왕과 성왕 이야기

역사를 생각해 볼 때는, 언제나 연결고리를 염두해 두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 무슨 영향을 받았는가? 당시 분위기는 어떠했는가? 라는 배경을 좀 더 생각해 본다면, 사람들의 행동을 보다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백제를 살펴보기에 앞서, 살짝 부여에 대해서 언급하면 좋겠네요. 고구려는 부여에서 온 고주몽에 의해서 세워졌습니다. 옥저 역시 부여족의 갈래라 할 수 있겠지요. 자, 그렇다면 백제는? 백제는 고구려 계통의 세력이 밑으로 내려와서 세운 나라입니다. 즉 간이화살표를 만든다면 부여 → 고구려 → 백제 이렇게 연결고리가 있는 셈이지요. 백제는 훗날 남부여로 불리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부여의 피와 자부심이 흐른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부여는 5세기까지 존재했는데, ..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2012) 리뷰

저는 이 영화를 중립적으로 바라볼 역량이 되지 못합니다. 예컨대, 돈은 그 자체로는 아무리 가치 중립적이라도, 갖고 싶은 욕망을 피하기 어렵고, "돈의 맛"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니, 얼마나 매력적이란 말입니까. 다른 말로, 미국에서 만든 영화가, 반미 영화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저 역시 아무래도 다소 미국적 시선으로 영화를 보게 됨을 미리 언급해 놓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친미나, 친일은 당연히 아닙니다. 저는 오래도록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슬로건을 블로그에 걸어두었고, 동호회 장으로 활동할 때는, 2002년 6월 월드컵 만큼이나, 2002년 6월 효순, 미선양 사고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사과는 했다지만, 당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굳이 정의하자면, 조직이 개인을 ..

고구려의 전성기 - 광개토대왕, 장수왕의 왕성한 활동

지난 이야기에 이어서, 고구려는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안 그래도 중국의 전연 에서 공격이 들어오고 있는데, 밑에서는 백제 근초고왕이 계속해서 밀고 올라옵니다. 결국 371년 평양성에서 고구려의 고국원왕은 전사하는 참사를 겪어야 했습니다. 근초고왕은 이토록 강력했던 것입니다. 고구려는 지금 우왕좌왕에 멘붕상태에,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황입니다. 그 때, 고구려 역사의 위대한 군주로도 손꼽히는 "소수림왕"이 등장합니다.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이라서, 그가 고구려를 다시 일으킨 과정을 보면 감탄마저 들 정도 입니다. 이 상황에서, 섣불리 백제와 맞붙다가는 아예 고구려가 없어질 수도 있었겠지요. 소수림왕은 국력을 다시 모으는데 온힘을 쏟습니다. 착실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쌓으면, 반드시 복수의 날은 ..

범죄와의 전쟁 (2011) 리뷰

전개감 좋고, 시나리오 사실적이며, 최민식과 하정우의 불꽃같은 연기투혼은 강렬하고, 범죄와의 전쟁은 근사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 였습니다. 더욱이 제가 부산에서만 30년 넘게 살아와서 그런지, 알아듣기 쉬운 사투리와 어린 시절의 풍경을 보는 듯한, 거리와 배경들도 상당히 훌륭했고요. 영화는 서두에서 모든 단체는 실화가 아닌 픽션이라고 힘주어 강조하는데,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연줄"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네요. OCN에서 방송할 때, 상단에 "부산 느와르"라고 재치있는 표현을 써놓았는데, 역시 느와르 장르 답게, 남자들의 세계에 초점을 맞춘 영화 입니다. 폭력을 넘어서, 권력이라는 측면에서 오늘 리뷰를 접근해 본다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요즘 유행..

고대 국가의 성격, 고구려의 초기와 미천왕

이제 본격적으로 삼국시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왕 이름들이 나올테고, 여러가지 제도가 등장할 테고, 한국사가 "벽"으로 느껴질 수 있는, 첫 위기(?)이기도 합니다. 우선 고대 국가의 성격 및 고구려와 가야의 발전에 대해서 살펴볼텐데, 일단 배경지식으로 고대국가의 성격에 대해서 세심하게 생각해 보고 간다면, 한결 삼국시대를 이해하는데 큰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연맹왕국과 달리, 고대국가로 들어오게 되면, 가장 먼저 왕권이 강화되고, 1인 지배 체제가 된다는 것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연맹 왕국은 자치를 하고, 각각 신념이 따로 있었다면, 고대 국가로 들어오면 중앙 집권 국가 가 되어서, 위에서부터 질서와 법, 종교 등이 뚜렷하게 제시되는 셈입니다. 이제부터 좀 재밌게 써야 할텐데... 하하...

킬 빌 (Kill Bill: Vol.1, 2003) 리뷰

봐주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잔혹 액션 영화라면, 역시 킬 빌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약간의 블랙 코미디 요소도 상당합니다. 참혹함과 아이러니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묘한 느낌은 킬 빌이 주는 색다른 매력이지요. 여주인공 더 브라이드는 자신을 절망에 빠뜨린 암살조직 "데들리 바이퍼스"를 찾아서, 철저하게 피의 복수를 선보입니다. 악한 인간들에 대해 조금의 동정도 없이, 일직선으로 쭉 나가는데, 심지어 88대 1로도 맞짱뜨는 유쾌함이 인상적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만화 같은 영화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장면이 들어가 있고, 카메라의 구도나, 화면이 전개되는 방법이, 초현실적인 느낌이 확 납니다. 제게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절묘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액션 만화 같은 영화 였습니다..

방자전 (2010) 리뷰

춘향전에 대해서 따라다니는 평가는 지극히 좋습니다. 정확한 시기와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조선 소설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 받는 대작! 순수한 연애와 평등 사상이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볼 때, 춘향전이 그토록 사랑받았던 이유도 역으로 알 수 있습니다. 순수하지 못했고, 불평등한 삶에 찌들어 있었기에, 로맨틱한 낭만소설로서 춘향전은 긴 사랑을 받아온 셈입니다. 오늘날 결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재벌과 가난한 사람의 결혼도 마찬가지로 사랑받는 로맨스 스토리 입니다. 일어나기 힘든 일이, 아주 멋지게 표현되고 있으면, 사람들은 열광하게 된다랄까요. 그.런.데. 김대우 감독은 이 춘향전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기막힌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방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셈입니다. 시선을 다르게 하..

국가의 형성 - 초기 나라들의 결혼 이야기

이제 본격적으로 한민족의 초기 고대국가를 하나씩 천천히 살펴봅시다. 부여, 고구려, 옥저와 동예, 삼한이 되겠네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처처럼 나라들이 아주 많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솔직히 과거에는 온갖 암기법으로 외웠던 가슴아픈 기억이 많지만, 가급적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면 좋을 듯 합니다. 그들은 왜 그렇게 제도를 만들었는가? 당시 시대의 최선은 무엇이었는가? 왜? 왜? 왜? 이것이 제 나름의 공부를 즐기는 방법이랄까요. 여하튼, 부여부터. 부여는 일단 5부족 연맹 형태의 연맹왕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절대권력을 가진 왕이 있는게 아니라, 네 방향의 지역을 다스리는 사출도 와 중앙지역의 왕이 합해서 국가를 이루었습니다. 왕이 힘이 없다보니,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왕에게 책임을 덮..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The Girl Next Door, 2004) 리뷰

제목이나 포스터, 혹은 문구 때문에 그 내용이 오해받기 쉬운 영화입니다만,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는 상당히 상쾌하고도, 세련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쩌면, 소심했던 10대 남학생들의 청춘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또는, 20대의 우울한 인생을 보내는 청춘에 대해서, 여전히 로맨틱한 삶은 가능하다고 응원하는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저돌적인 주인공 매튜의 용기 있는 삶에 감탄하게 되는, 아찔한 영화! 그 속으로 떠나볼까요~ 매튜는 평범하지는 않고, 대단히 기특하고 스마트한 학생입니다. 제3세계의 가난한 학생을 후원하고자 성금을 모금하기도 하고, 케네디의 연설문을 인용해서 멋진 발표도 준비할 수 있는, 연애 경험 없는 것 외에는 그야말로 범생이 입니다. 명문대 진학도 확정되었고, 심지어 대통령이 꿈..

청동기, 철기 - 계급사회의 출현 및 고조선과 중국교류

성장과 분배는 같이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좋은 역사적 배경으로는 청동기가 있겠지요. 청동기는 보다 높은 기술이 필요한 벼농사를 통해서, 생산력이 증가하고, 마침내 잉여생산물까지 등장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파이가 커진 셈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파이는 커졌어도, 모두가 부자가 된 것이 전혀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그 파이의 몫은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장이 아무리 지속되고, 발전이 계속 된다고 하더라도, 분배에 대한 강력한 의지 없이는, 결국 일부만 행복할 뿐이다 라는 사실. 청동기 시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재밌는 교훈이지요. 그럼 BC20~15세기 정도로 추정되는 청동기 시대의 청동은 많았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청동은 쉽게 말하면 레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