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850

방자전 (2010) 리뷰

춘향전에 대해서 따라다니는 평가는 지극히 좋습니다. 정확한 시기와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조선 소설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 받는 대작! 순수한 연애와 평등 사상이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볼 때, 춘향전이 그토록 사랑받았던 이유도 역으로 알 수 있습니다. 순수하지 못했고, 불평등한 삶에 찌들어 있었기에, 로맨틱한 낭만소설로서 춘향전은 긴 사랑을 받아온 셈입니다. 오늘날 결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재벌과 가난한 사람의 결혼도 마찬가지로 사랑받는 로맨스 스토리 입니다. 일어나기 힘든 일이, 아주 멋지게 표현되고 있으면, 사람들은 열광하게 된다랄까요. 그.런.데. 김대우 감독은 이 춘향전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기막힌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방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셈입니다. 시선을 다르게 하..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The Girl Next Door, 2004) 리뷰

제목이나 포스터, 혹은 문구 때문에 그 내용이 오해받기 쉬운 영화입니다만,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는 상당히 상쾌하고도, 세련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쩌면, 소심했던 10대 남학생들의 청춘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또는, 20대의 우울한 인생을 보내는 청춘에 대해서, 여전히 로맨틱한 삶은 가능하다고 응원하는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저돌적인 주인공 매튜의 용기 있는 삶에 감탄하게 되는, 아찔한 영화! 그 속으로 떠나볼까요~ 매튜는 평범하지는 않고, 대단히 기특하고 스마트한 학생입니다. 제3세계의 가난한 학생을 후원하고자 성금을 모금하기도 하고, 케네디의 연설문을 인용해서 멋진 발표도 준비할 수 있는, 연애 경험 없는 것 외에는 그야말로 범생이 입니다. 명문대 진학도 확정되었고, 심지어 대통령이 꿈..

건축학개론 (2012) 리뷰

따뜻한 봄날에 보기 좋은 영화로는 건축학개론이 있겠지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생각하면 항상 봄부터 시작됩니다. 봄날의 햇살은 새출발을 할 수 있는 힘과 위로를 주는 듯 합니다. 건축학개론은 새출발과 첫사랑에 관한 묘사 입니다. 아름답고 설레였던 추억, 손잡고 거리를 걸었던 소박하고 벅찬 행복, 나중에 회상하게 되면, 꼭 "추억 보정"이 들어가서 더 좋아보이는 그 시절. 스무살 풋풋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수지와 이제훈을 생각하면서 보겠지요. 아쉽지만 저는 이미 한가인과 동갑인 나이. 어쩐지 한가인과 엄태웅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그렇게 볼 때, 30대 중반의 승민의 피곤한 인생이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위에서 까라면 까야하고, 업무가 많아지면, 욕먹기 전에 밤새워서라도 끝마쳐야 합니다...

이층의 악당 (2010) 리뷰

한국 코미디 영화의 수작으로 평가 받는 이층의 악당 입니다. 특히 한석규 김혜수 두 배우의 훌륭한 연기력이 좋습니다. 설정도 크게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당히 현실적인 묘사가 재밌습니다. 왜 그들은 그렇게 사는게 힘든지요. 하하. 이해되기 쉽도록, 공감하기 쉽도록, 친근하게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가령 남자주인공 창인은 이번에 제발 한 건 해서, 한국을 떠나는 게 욕망의 끝입니다. 영화는 모두의 욕망에 대해서 한 컷, 한 컷 보여주는 정성도 놓치지 않습니다. 때로는 코믹한 연극처럼 느껴지는, 이 잔잔한 에피소드들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시작부터 영화는 빵 터지는, 전설의 명대사가 나옵니다. 창인은 지금 거액의 골동품 찻잔을 찾아내기 위해서, 이층으로 이사를 오는 정공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집 어딘가에는..

박수건달 (2012) 리뷰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이 있고, 장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로 예를 들자면, 저는 너무 달달한 커피 보다는 아메리카노 같은 깔끔함을 좋아합니다. 굳이 예를 들 필요도 없는 것 같지만 여하튼, 복잡하고 머리 아픈 영화 보다는, 시원스럽고 화끈한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취향의 문제에서 저 역시 취약점이 있습니다. 일단 공포 장르에 상당히 약하고, 한편으로는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면서도, 너무 미신적인 이야기는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네, 솔직히 말하자면, 박수건달은 제 가치관에서는 보기 불편한 영화입니다. 하하. 그럼에도 박신양과, 아역 윤송이가 연기를 정말 잘했고, 코미디 장르로 본다면, 웃을 수 있는 요소가 상당히 있어서 일단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과연 리뷰를 어떻게 써야..

도니 브래스코 (Donnie Brasco, 1997) 리뷰

도니 브래스코는 상당히 이색적인 마피아 영화입니다. 총들고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은 별로 없으며, 화려한 액션 장면도 전혀 없습니다. 그 대신 정중한 인간관계 묘사가 그야말로 탁월해서, 두 사람의 엄청난 열연을 보고 있으면, 그 분위기에 빨려들어가는 마피아 영화 입니다. 도니 브래스코 처럼, 형사가 신분을 위장해서 조직 세계에 발을 담근다는 이야기는, 얼마 전 개봉된 한국영화 신세계도 있고, 또한 무간도 시리즈도 있겠지요. 저는 이 작품 도니 브래스코 역시 비할데 없는 특유의 느낌을 주는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흥행수입도 1억2천만 달러 이상을 올린, 성공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마피아 조직에서 30년간 활동했지만, 중간 보스도 되지 못한 레프티 (알 파치노 분), 그리고 이제 위험한 ..

파파로티 (2012) 리뷰

한석규의 능숙함과 이제훈의 폭발력이 제대로 만났다고 생각됩니다. 영화 파파로티는 즐거움과 감동이 함께 들어 있는 멋진 한국영화 였습니다. 심야 시간에, 거의 비어 있는 커다란 관에서 보았는데, 박력 넘치는 경연장면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생각을 던져볼 수 있는 장면도 많이 있어서, 리뷰 쓰기에도 참 편하겠네요 :) 잘생긴 이제훈을 좋아한다면, 이 작품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체크포인트 영화가 되겠습니다. 제게는 성악을 정말 좋아하는 절친 한 명이 있습니다. 발성이 중요하다느니, 복식호흡은 마음도 잡아준다느니, 음악적 열정이 그칠줄 모르는 친구 녀석은, 서른이 넘어서도 기어이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나가보고 (물론 본선 문턱은 가보지 못한채 노홍철만 보고 왔다는데, 그래도 저는 아직까지 꿈을 응원해 주고 있습니..

영화 프로포즈 (The Proposal, 2009) 리뷰

에, 뭐라고요? 산드라 블록이 1964년생이라고요? 나이를 거꾸로 먹는듯한 여배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 프로포즈 입니다. 경쾌하면서도, 전통적인 클린 노선을 관통하는, 세심한 전개방법도 상당히 좋은, 한마디로 잘만든 영화입니다. 4천만달러로 만든 영화는, 전미 박스오피스 1위 등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약 3억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기록합니다. 산드라 블록과 거의 띠동갑벌 되는 76년생 훈남 라이언 레이놀즈의, 의외로 손발이 잘 맞는 연기가, 상당히 어울린다는게 또 하나의 매력. 영화로 들어가보면 두 사람은 지금 미국 뉴욕입니다. 오랜기간 출판사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가렛은 잘 나가는 유능한 편집장으로 엄청난 수완을 발휘해나가고 있고, 앤드류는 깔끔한 일처리로..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리뷰

"중요한 것은 흔적, 그래 흔적이구나" 저는 정혜윤 작가님의 글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치열하게 사색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놓는 재능도 대단히 부러워합니다 :) 또한, 저는 정혜윤 작가님에게 마음의 빚이라고 해야할까, 고맙게 생각하는 점이 있습니다. 글의 99%는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는 작가님의 작은 말 덕분에, 저는 부담감에서 마침내 해방될 수 있었고, 마음에 쏙 들지 않더라도 마음껏 써내려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처럼 산다는 것에 대해서 해방될 수 있었던 점도 기쁨입니다. 제 청춘시절의 롤모델은 전태일 평전을 쓴 작고한 조영래 변호사 였는데, 과거 싸이월드가 유행핼 때, 마치 "조영래 처럼" 이라는 생각에 한동안 사로잡혀, 싸이월드 상단에 대놓고 ~처럼 될 수 있었으면, 이라고 써..

리뷰[Review]/책 2013.03.16

타이타닉 (Titanic, 1997) 리뷰

영혼을 울리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무대를 압도해 버립니다. 영화 타이타닉은 인간에 대해서 말해주는 대단한 명작이지요. 타이타닉에서는 영혼을 울리는 호소력 짙은 "무엇인가"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내용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에, 과감히 모두 생략하고, 무엇이 영혼을 울리는가, 그래서 압도적으로 마음을 사로잡게 하는가. 그 점을 생각해 볼까 합니다. 제목에서 출발하자면, 당시 세계에서 제일 커다란 배 중의 하나인 타이타닉의 위용을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인간 기술의 극치라고 찬사받는 모습이고, 당대 잘 알려진 명선장이 이끌고 있고, 이런 배가 침몰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구명보트를 인원만큼 미리 싣는 다는 것이, 진지한 목소리가 아닌, 첨단기술에 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