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853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2012) 리뷰

저는 이 영화를 중립적으로 바라볼 역량이 되지 못합니다. 예컨대, 돈은 그 자체로는 아무리 가치 중립적이라도, 갖고 싶은 욕망을 피하기 어렵고, "돈의 맛"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니, 얼마나 매력적이란 말입니까. 다른 말로, 미국에서 만든 영화가, 반미 영화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저 역시 아무래도 다소 미국적 시선으로 영화를 보게 됨을 미리 언급해 놓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친미나, 친일은 당연히 아닙니다. 저는 오래도록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슬로건을 블로그에 걸어두었고, 동호회 장으로 활동할 때는, 2002년 6월 월드컵 만큼이나, 2002년 6월 효순, 미선양 사고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사과는 했다지만, 당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굳이 정의하자면, 조직이 개인을 ..

범죄와의 전쟁 (2011) 리뷰

전개감 좋고, 시나리오 사실적이며, 최민식과 하정우의 불꽃같은 연기투혼은 강렬하고, 범죄와의 전쟁은 근사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 였습니다. 더욱이 제가 부산에서만 30년 넘게 살아와서 그런지, 알아듣기 쉬운 사투리와 어린 시절의 풍경을 보는 듯한, 거리와 배경들도 상당히 훌륭했고요. 영화는 서두에서 모든 단체는 실화가 아닌 픽션이라고 힘주어 강조하는데,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연줄"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네요. OCN에서 방송할 때, 상단에 "부산 느와르"라고 재치있는 표현을 써놓았는데, 역시 느와르 장르 답게, 남자들의 세계에 초점을 맞춘 영화 입니다. 폭력을 넘어서, 권력이라는 측면에서 오늘 리뷰를 접근해 본다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요즘 유행..

킬 빌 (Kill Bill: Vol.1, 2003) 리뷰

봐주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잔혹 액션 영화라면, 역시 킬 빌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약간의 블랙 코미디 요소도 상당합니다. 참혹함과 아이러니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묘한 느낌은 킬 빌이 주는 색다른 매력이지요. 여주인공 더 브라이드는 자신을 절망에 빠뜨린 암살조직 "데들리 바이퍼스"를 찾아서, 철저하게 피의 복수를 선보입니다. 악한 인간들에 대해 조금의 동정도 없이, 일직선으로 쭉 나가는데, 심지어 88대 1로도 맞짱뜨는 유쾌함이 인상적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만화 같은 영화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장면이 들어가 있고, 카메라의 구도나, 화면이 전개되는 방법이, 초현실적인 느낌이 확 납니다. 제게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절묘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액션 만화 같은 영화 였습니다..

방자전 (2010) 리뷰

춘향전에 대해서 따라다니는 평가는 지극히 좋습니다. 정확한 시기와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조선 소설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 받는 대작! 순수한 연애와 평등 사상이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볼 때, 춘향전이 그토록 사랑받았던 이유도 역으로 알 수 있습니다. 순수하지 못했고, 불평등한 삶에 찌들어 있었기에, 로맨틱한 낭만소설로서 춘향전은 긴 사랑을 받아온 셈입니다. 오늘날 결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재벌과 가난한 사람의 결혼도 마찬가지로 사랑받는 로맨스 스토리 입니다. 일어나기 힘든 일이, 아주 멋지게 표현되고 있으면, 사람들은 열광하게 된다랄까요. 그.런.데. 김대우 감독은 이 춘향전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기막힌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방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셈입니다. 시선을 다르게 하..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The Girl Next Door, 2004) 리뷰

제목이나 포스터, 혹은 문구 때문에 그 내용이 오해받기 쉬운 영화입니다만,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는 상당히 상쾌하고도, 세련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쩌면, 소심했던 10대 남학생들의 청춘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또는, 20대의 우울한 인생을 보내는 청춘에 대해서, 여전히 로맨틱한 삶은 가능하다고 응원하는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저돌적인 주인공 매튜의 용기 있는 삶에 감탄하게 되는, 아찔한 영화! 그 속으로 떠나볼까요~ 매튜는 평범하지는 않고, 대단히 기특하고 스마트한 학생입니다. 제3세계의 가난한 학생을 후원하고자 성금을 모금하기도 하고, 케네디의 연설문을 인용해서 멋진 발표도 준비할 수 있는, 연애 경험 없는 것 외에는 그야말로 범생이 입니다. 명문대 진학도 확정되었고, 심지어 대통령이 꿈..

건축학개론 (2012) 리뷰

따뜻한 봄날에 보기 좋은 영화로는 건축학개론이 있겠지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생각하면 항상 봄부터 시작됩니다. 봄날의 햇살은 새출발을 할 수 있는 힘과 위로를 주는 듯 합니다. 건축학개론은 새출발과 첫사랑에 관한 묘사 입니다. 아름답고 설레였던 추억, 손잡고 거리를 걸었던 소박하고 벅찬 행복, 나중에 회상하게 되면, 꼭 "추억 보정"이 들어가서 더 좋아보이는 그 시절. 스무살 풋풋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수지와 이제훈을 생각하면서 보겠지요. 아쉽지만 저는 이미 한가인과 동갑인 나이. 어쩐지 한가인과 엄태웅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그렇게 볼 때, 30대 중반의 승민의 피곤한 인생이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위에서 까라면 까야하고, 업무가 많아지면, 욕먹기 전에 밤새워서라도 끝마쳐야 합니다...

이층의 악당 (2010) 리뷰

한국 코미디 영화의 수작으로 평가 받는 이층의 악당 입니다. 특히 한석규 김혜수 두 배우의 훌륭한 연기력이 좋습니다. 설정도 크게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당히 현실적인 묘사가 재밌습니다. 왜 그들은 그렇게 사는게 힘든지요. 하하. 이해되기 쉽도록, 공감하기 쉽도록, 친근하게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가령 남자주인공 창인은 이번에 제발 한 건 해서, 한국을 떠나는 게 욕망의 끝입니다. 영화는 모두의 욕망에 대해서 한 컷, 한 컷 보여주는 정성도 놓치지 않습니다. 때로는 코믹한 연극처럼 느껴지는, 이 잔잔한 에피소드들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시작부터 영화는 빵 터지는, 전설의 명대사가 나옵니다. 창인은 지금 거액의 골동품 찻잔을 찾아내기 위해서, 이층으로 이사를 오는 정공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집 어딘가에는..

박수건달 (2012) 리뷰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이 있고, 장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로 예를 들자면, 저는 너무 달달한 커피 보다는 아메리카노 같은 깔끔함을 좋아합니다. 굳이 예를 들 필요도 없는 것 같지만 여하튼, 복잡하고 머리 아픈 영화 보다는, 시원스럽고 화끈한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취향의 문제에서 저 역시 취약점이 있습니다. 일단 공포 장르에 상당히 약하고, 한편으로는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면서도, 너무 미신적인 이야기는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네, 솔직히 말하자면, 박수건달은 제 가치관에서는 보기 불편한 영화입니다. 하하. 그럼에도 박신양과, 아역 윤송이가 연기를 정말 잘했고, 코미디 장르로 본다면, 웃을 수 있는 요소가 상당히 있어서 일단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과연 리뷰를 어떻게 써야..

도니 브래스코 (Donnie Brasco, 1997) 리뷰

도니 브래스코는 상당히 이색적인 마피아 영화입니다. 총들고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은 별로 없으며, 화려한 액션 장면도 전혀 없습니다. 그 대신 정중한 인간관계 묘사가 그야말로 탁월해서, 두 사람의 엄청난 열연을 보고 있으면, 그 분위기에 빨려들어가는 마피아 영화 입니다. 도니 브래스코 처럼, 형사가 신분을 위장해서 조직 세계에 발을 담근다는 이야기는, 얼마 전 개봉된 한국영화 신세계도 있고, 또한 무간도 시리즈도 있겠지요. 저는 이 작품 도니 브래스코 역시 비할데 없는 특유의 느낌을 주는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흥행수입도 1억2천만 달러 이상을 올린, 성공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마피아 조직에서 30년간 활동했지만, 중간 보스도 되지 못한 레프티 (알 파치노 분), 그리고 이제 위험한 ..

파파로티 (2012) 리뷰

한석규의 능숙함과 이제훈의 폭발력이 제대로 만났다고 생각됩니다. 영화 파파로티는 즐거움과 감동이 함께 들어 있는 멋진 한국영화 였습니다. 심야 시간에, 거의 비어 있는 커다란 관에서 보았는데, 박력 넘치는 경연장면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생각을 던져볼 수 있는 장면도 많이 있어서, 리뷰 쓰기에도 참 편하겠네요 :) 잘생긴 이제훈을 좋아한다면, 이 작품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체크포인트 영화가 되겠습니다. 제게는 성악을 정말 좋아하는 절친 한 명이 있습니다. 발성이 중요하다느니, 복식호흡은 마음도 잡아준다느니, 음악적 열정이 그칠줄 모르는 친구 녀석은, 서른이 넘어서도 기어이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나가보고 (물론 본선 문턱은 가보지 못한채 노홍철만 보고 왔다는데, 그래도 저는 아직까지 꿈을 응원해 주고 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