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997

카모메 식당 (Kamome Diner, 2006) 리뷰

머리가 복잡해지는 좋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생각을 하게 만들고, 고민을 하게 만들지요. 그리고, 머리가 맑아지는 좋은 영화들도 있습니다. 잡스러운 생각을 걷어내주고, 밝고 시원해서, 어느새 마음이 정화되는 영화, 지인의 권유로 보게 된 영화 카모메 식당이 그러합니다. 72년생의 젊은 여성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히트작, 카모메 식당에 대해서 이야기를 남겨봅니다. (여담으로, 원래는 안경을 볼 계획이었으나, 어떤 끌림 때문에 이 영화부터 보게 되었네요.) 식당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것은 의외로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게에는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나기 마련이니까요, 동호회도 마찬가지겠지요. 동호회마다 분위기가 다릅니다. 10년 넘게 좋은 동호회, 색다른 동호회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저는 최근 길을 잃었습니다...

영화 화차 (火車, 2012) 리뷰

보고 나면, 먹먹함으로 인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경우 무슨 말을 해야할 지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는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영화 화차가 그렇습니다. 이럴 때는, 조금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해야 겠습니다. 알려져 있듯이 원작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저처럼 게임마니아 입니다. 심지어 그녀가 좋아하는 게임 중에 "택틱스오우거" 라고 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밤을 새워가면서 좋아했던 작품이지요. (웃음)  그 게임을 상징하는 문구가 이런 말로 시작합니다. "희망과 같이 절망이 있고..." 그리고, 그 작품의 세계관은 이렇습니다. "악인은 없다, 정의와 정의가 싸우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나의 선택이다" 그리고 이 놀라운 세계관은 제게 ..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리뷰

영감을 주는 영화는 여러 번 봐도 재밌고, 인상적입니다. 블랙 스완에 관해 이야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사실 이 영화는 상당히 저예산 영화입니다. 발레장면 외에는 사실 크게 돈들어갈 일도 없겠지요. 철저하게 주인공 니나(나탈리 포트만)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천3백만 달러로 제작한 영화는, 그러나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3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입을 올렸으며, 많은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정말 발레리나 처럼 나오는 나탈리 포트만은, 영화를 위해 10kg을 감량하고, 1년동안 가혹한 발레 특훈을 받으며, 열연을 펼쳤는데, 그녀는 이 영화 블랙 스완으로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합니다. (물론, 표현하기 어려운 일부 발레연기 장면에서는 대역의 전문 발레리나가 담당했다고..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2004) 리뷰

기억은 지워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말이지 않을까요. 알려져 있듯이, 우리 몸은 정말 신기합니다. 뇌를 다쳐서 기억에 손상을 입어도, 몸은 무엇인가를 기억하고 있어서, 자전거를 탈 수 있고, 심지어 운전까지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이 비밀을 정말 그대로 재현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기억을 다치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했던 추억들은 몸 속 깊은 곳 어딘가에, 혹은 몸의 세포 하나 하나에 새겨져 있어서, 우리는 그들을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매력적인 스토리가 돋보이는 이터널 선샤인 이야기로 출발합니다.  묘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도 참 좋지요. 아니, 이 영화는 우리의 환상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그 때, 내가 그런 ..

퍼펙트 게임 (2011) 리뷰

평소 스포츠, 특히 축구와 야구를 아주 좋아하는데다가, 어린 시절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기 때문에, 최근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영화 퍼펙트 게임을 정말 즐겁게 보았습니다. 라이벌이라 불리던 당대 최고의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에 관한 이야기. 200개가 넘는 역투를 보여주면서, 15회 무승부를 펼쳤다는 그 전설의 기록을 근거로 해서, 영화는 제작되었는데, 참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시선 면에서 그러합니다. 중심잡기가 쉽지 않았을텐데도, 롯데와 해태, 전라도와 경상도, 또 일류와 마이너까지 그 비중을 골고루 배분하는 역량이 돋보였습니다. 스포츠를 통해서 분열을 조장하고 싶었던 권력의 뒷이야기까지 살짝 숟가락을 보태는 것도 재밌습니다. 확실히 요즘에도 스크린과 스포츠, 그리고 섹스 (이른바 3S) 는 ..

스파이더맨 (Spider-Man, 2002) 리뷰

언제봐도 재밌는 액션 영화, 제가 참 좋아하는 영화, 스파이더맨 이야기 입니다. 당시 제작비만 약 1억4천만 달러에 달하는 특급 블록버스터 였는데, 뚜껑을 열고보니 놀라웠지요. 1주일만에 흥행 수입 1억 달러를 돌파하며 (1주일만에 1억 달러 돌파는 당시 사상 최초 였습니다), 북미에서만 4억달러, 세계적으로 8억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슈퍼히트 영화가 되었지요. 스파이더맨이 종횡무진 도시를 누비고 다니는 장면은 시원하고, 짜릿합니다. 롤러코스터만큼이나 즐거운 영화니까요.  잠깐 히어로 이야기를 해보지요. 슈퍼맨은 일단 하늘을 날아다니며, 힘이 넘치는 근육남입니다. 배트맨은 어쨌든 부자입니다. 타고 다니는 것도 정말 멋있습니다. 아이언맨은 천재에 예쁜 비서까지 있고, 토르 정도까지 가면 그야말로 신급의 영..

말하는 건축가 (Talking Architect, 2011) 리뷰

새벽 1시. 잦은 밤샘 근무로,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데다가, 배가 고팠던 저는 라면을 사러 가고자 점퍼를 껴입습니다. 영화 말하는 건축가에서 라면 먹는 장면이 나와서, 아마 라면이 먹고 싶었나 봅니다 (웃음) 그리고 인근의 동네슈퍼에서 라면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어쩐지 하늘이 반짝이는 것 같아서 고개를 위로 들어올립니다. 이상한 광경이었습니다. 밤하늘에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전날에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도 차갑고 맑은 느낌이었고, 그래서인지 별빛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지요. 특히 눈길을 사로 잡던 것은 물음표 비슷하게 생긴 6개의 별이었습니다. 중간에 아주 흐릿하게 별이 하나 더 보여서, 문득 일곱개 같기도 했습니다.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이거 설마 북두칠성인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몇 분..

색계 (Lust, Caution, 2007) 리뷰

여러 번 보았던, 색계라는 놀라운 영화가 있습니다. 중국 작가 장아이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영화는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원작 작가 장아이링에 대해서도 평가가 높으며, 혹자는 장아이링은 루쉰과 더불어서 20세기 중국 문학계 최고의 인물이라고까지 찬사를 보내기도 합니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그녀의 문체처럼, 영화도 굉장히 감각적입니다. 색계에 대해서 그저 "야한 영화"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늘은 차분하게 이 영화와 함께 생각할 꺼리들을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 우선 제목. 영어로 하자면 이 두 단어는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성적욕망과 경계라는 두 단어의 조합이니까요. 동양권의 사람이라면 색계하면 바로 색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이해가 빠르겠지만요. 원작 작가 장..

베를린 (The Berlin File, 2012) 리뷰

어느덧 꿀처럼 달콤하던 설날 연휴의 마지막날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랜 절친과 함께 영화관 나들이를 계획했지요. 상영작 중, 보고 싶었던 영화는 많았는데, 우리는 베를린을 보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지요.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과 비슷한 이유일 것입니다. "난 이 영화는 이미 봤어." 라는 말이 나오면 일단 탈락하기 때문에, 결국 서로 보지 못한 영화 중에서 고르다보니 베를린 (...)  아, 여하튼 서론이라도 좀 재밌게 써야하니까요. 베를린은 꽤 무거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하정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정말 멋있었고, 악당전문(?) 류승범도 싱크로율이 매우 좋았습니다. 화려한 액션장면과 영화관을 압도하는 총소리는 긴장감을 잘 살려냈습니다. 솔직히, 보고 있으면 뿌듯하고 좋습니다. 한국 영..

써니 (Sunny, 2011) 리뷰

설날. 할머니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올해로 이제 90대가 되는 할머니는 이상하리만큼 저를 귀여워하셨지요. 이번 설날에도 저는 할머니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용히 듣곤 합니다. 노인은 그 자체로 도서관 같다 라는 표현이 있는데, 아무래도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해주기 마련입니다. 경로당에서 아직도 현역으로 식사준비를 한다는 정정하신 할머니는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밥짓기, 반찬하기가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많은 양을 준비하는 일을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더라고. 나이가 나보다 적은 할머니들도 많이 있지만, 젊을 때부터 봉사하고, 식사준비하고, 이런 것이 몸에 배여 있지 않으면 못 한단 말이지." 저녁 늦게 이 이야기를 듣자 마자,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