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997

나우 이즈 굿 (Now Is Good, 2012) 리뷰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나우 이즈 굿을 보았습니다. 다코타 패닝이 언제 저렇게 컸지, 하는 느낌도 있었네요. 사랑 예찬 영화인가 싶기도 했는데, 우선 이 영화에 끌린 것은 제목이었지요. 나우 이즈 굿, 지금이 좋다는 이야기가 정말 불편했던 날이었습니다. 감기몸살로 참 많이도 누워있었고, 이번 분기 업무 평가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해서, 열심히 해도 풀리지 않는 일이 참 많구나 싶었습니다. 나우 이즈 굿이 아니라 그야말로 오늘은 나우 이즈 테러블 이었지요. 무거운 기분과 다르게 영화는 참 가볍게도 시작합니다. 놀자! 젊을 때, 살아있음을 느껴야지! 주인공 테사(다코타 패닝 분)의 위시리스트에는 각종 노는 일들이 가득합니다. 나쁜 일들도 포함되어 있고, 부모님 말은 한 귀로 흘려듣기 선수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리뷰

제니퍼 로렌스는 이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면서, 아카데미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성숙한 느낌과 정신줄을 살짝 놓은 느낌이 절묘해서, 나이가 제법 있을 것이라 추측했는데 프로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만 22세라니요! 여하튼, 이 영화는 이른바 "멘붕 러브" 이야기 입니다. 등장 인물 중에 제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남자주인공네 부터 살펴보자면, 팻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이제까지 몇 달간이나 병원에 있다가 나왔고, 팻의 아버지는 스포츠 중독에 도박에 빠져 있고, 형 역시도 동생에게 막말을 퍼붓고, 싸움질을 해대는 엄청난 난장판 집안입니다. 성격이 괴악한 주인공 팻이, 진실을 말하는 방법은, 한마디로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어서, 좋은 분..

블랙북 (Black Book, 2006) 리뷰

현실이 답답하고, 숨막히게 느껴질 때, 그러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결정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자기파괴적인 선택으로는 알콜 등 술에 취해서 걱정을 잠시나마 잊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스포츠나 게임, TV스타 등에 과몰입해서 자신을 잊고 다른 경험에 취해서 살아갈 수도 있겠지요. 좀 남는 선택으로는 워커홀릭이 되어서, 열심히 돈을 모으는 사람도 있습니다. 블랙북의 주인공 레이첼은 지금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 서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눈앞에서 잃었습니다. 그녀 자신도 전쟁의 무자비함 앞에서, 죽기 직전에 간신히 홀로 도망쳐 나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살아나왔다고 해서, 삶이 행복해질리는 전혀 없습니다. 그녀는 지금 모든 것을 잃었고, 삶의 희망이라고..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2012) 리뷰

라이프 오브 파이는 신기한 영화 입니다. 제목을 쉽게 이해하자면, 그냥 파이 라는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는 이야기 인데, 묘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표지그림 처럼, 그냥 호랑이와 배타고 바다를 표류하는 이야기, 즉 모험 영화로 압축하기에는 어쩐지 아쉽습니다. 너무 잘 만들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목이 많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제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쇼생크 탈출과 살짝 오버랩 되기도 했습니다. 제작 이야기부터 살펴보면, 아름다운 바다의 장관을 연출하는데는 돈이 적지 않게 들었겠지요. 제작비만 1억2천 달러에 달합니다. 흥행 성적은 더욱 좋지요. 약 5억 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벌어들이며, 그야말로 세계를 사로 잡았습니다. 이안 감독은 색계 등의 다양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모..

맨 프럼 어스 (The Man From Earth, 2007) 리뷰

지인 J님의 강력추천으로 보게 된 놀라운 영화를 한 편 소개할까 합니다. 맨 프럼 어스 라는 SF 영화인데, 그야말로 상상력 + 기묘함이 합쳐진 독특한 전개가 신선합니다. 저는 9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영화를 보고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면서, 할 말을 잃어버렸는데, 지금까지도 무슨 내용으로 리뷰를 채워야 하나 막막해 하고 있습니다. 일단 손이 가는대로 써보긴 할테지만, 솔직히 별로 자신은 없습니다 (웃음) 기본적인 전개는 이렇습니다. 교수직을 마다하고, 돌연 직장을 떠나게 되는 송별회 자리에, 많은 이들이 모였습니다. 아쉽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이별에 이들 (주로 해박한 교수들) 은 마음 아파합니다. 대체 왜 좋은 직장을 놔두고 떠나가는건지 상식적인 호기심에서 이야기는 가볍게 시작합니다. 그리고..

언터처블 (Intouchables, 2011) 리뷰

2011년 프랑스에서 공개된 영화 중에서,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그해 프랑스 흥행 2위를 기록한 작품이 있습니다. 2억 유로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운 감동을 안겨준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 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 영화는 우정에 대해서, 가능성에 대해서, 만남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케이블 TV를 켤 때마다, 하도 양준혁, 한효주 등이 나와서 VOD 좀 보라고 하길래 (...) 그 중에서도 제가 이 영화를 고른 것은 행운이었네요. 우선 배경 설명부터 조금 하자면, 가진게 돈 밖에 없다는 부자 필립 공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전신불구가 되었습니다. 그는 목 아래부분이 전혀 기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환한 웃음을 보여줍니다. 나도 모르게 ..

영화 도가니 (SILENCED, 2011) 리뷰

자유, 평등, 정의. 그 얼마나 좋은 말입니까. 누구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고,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을 가진 평등한 존재이며, 그러므로 잘못에 대해서 처벌을 받고, 옳은 일에 박수를 받는 것이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도가니는 이 세 단어가 얼마나 대한민국에서 삐뚤어져 작동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 입니다. 기득권을 가진 자는 자유롭게 정신나간 행동들을 하고 다니며, 인간을 거지처럼 역겹게 차별하며, 그 모든 잘못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살아간다는 것. 이 이야기를 과감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정의가 실종된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저는 도가니에서, 그럼에도 희망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완고한 벽을 깨뜨리지는 못한다. 그..

아티스트 (The Artist, 2011) 리뷰

무성영화에 흑백영화라니, 조금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혹시 보다가 자면 어떻게 하나 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런 섣부른 생각들은 깡그리 날아갑니다. 놀라울 만큼, 이야기가 잘 파악되고,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마디로 즐겁습니다. 마구잡이(?)로, 초고속으로, 쓰다보니, 어느새 영화이야기가 50편 조금 넘었는데, 첫 리뷰도 흑백영화인 쉰들러 리스트 였지요. 다양한 표현 방법 중에서, 제약이 있는 방법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 저는 이 점을 정말 좋아합니다. 영화는 192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한참 시대흐름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순간이었지요. 이 시절은, 이제 소리가 없는 무성영화의 시대는 끝나고, 생생하게 목소리를 들을 ..

쩨쩨한 로맨스 (Petty Romance, 2010) 리뷰

오늘은 리뷰에 앞서서 제 가치관을 조금 돌아봅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펴놓고서 한 단어가 주는 의미에서 영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단어는 "유치하다" 라는 단어입니다. 미숙하다라는 말도 어울리겠고요. 여기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는 "성숙하다"라는 상당히 영글어 있는 느낌의 단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 가치관은 어디까지나 피터팬을 사랑하는 "유치함" 근처에 있을 것입니다. 성숙미가 흠칫 느껴지는 깊은 연애이야기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저는 그야말로 유치찬란해 보이는 달콤한 연애 이야기도 참 좋아합니다. 가령 영화의 영어제목으로 이야기를 좀 더 끌고가면, Petty 라는 단어는 하찮은 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찮은형 하면 역시 박명수가 떠오릅니다. 솔직히 저는 유느님 만큼이나 명수형님을 좋아합니다. 유치해..

딥 임팩트 (Deep Impact, 1998) 리뷰

사연이 많은 영화 딥 임팩트 이야기 입니다. 제작비도 7천 5백만 달러에 달하는 SF영화이고, 후반부의 폭발 장면은 이게 정말 90년대 영화 맞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나름 고퀄리티 입니다. 미미 레더가 여류 감독이지만, 전체적 배경을 설명하자면 조금 깁니다. 우선 장점부터 소개하자면, 이 영화는 재난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비중이 큽니다. 절대적 위기의 순간에 냉혹한 현실 대신, 담대한 희망을 선택하는 인간을 찬사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1930년대에 발표한 원작소설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50년대에도 한 번 영화가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 판권을 70년대 중반에 영화사에서 리메이크를 하고자 사들였다가 쉽게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므로 1차 무산. 그러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