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997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 (The Patriot, 2000) 리뷰

전쟁을 테마로 하고 있는 명작 영화들은 많이 있습니다. 저는 가끔씩, 그 까닭이 극한의 경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들은 자발적인 의사인 경우도 상당합니다. 돈에 미친다거나, 약에 미친다거나, 섹스에 미친다거나, 자신이 선택해서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은 셈이지요. 그런데 전쟁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소용돌이 속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과 죽음 앞에 마주서야 합니다. 가만히 서서, 나는 참가하지 않겠어요 라고 외쳐봐도, 그 말에 전혀 상관없이 희생양이 될 수 있는 것. 그래서 전쟁은 금기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영화 패트리어트는 조금은 이색적인 입장을 가지고 출발합니다. 주인공 벤자민 마틴(멜 깁슨)은 전쟁이 정말 싫은 아버지 입니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리뷰

모래 위에 집을 짓는 행위는 어리석음을 말해주는 좋은 예입니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라고 질문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모래 위에 집짓기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바닥을 이루는 것은 가치관을 의미합니다. 가치관이 텅 비어 있다면, 모래와 비슷하다면, 아무리 돈을 많이 모으고 성공을 이루었다 해도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됩니다. 가치관이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을 때, 싸이의 노래식으로 말하면, 사상이 울퉁불퉁, 생각이 맑을 때, 어떤 순간에서도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가치관을 형성해야 하나요. 정답은 없다지만 힌트는 분명합니다. 박경철 선생님은 아주 핵심적으로 단단히 말합니다. "끊임없이 질문해보자.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자신에 대해서 질문하고, 생각해 보는..

리뷰[Review]/책 2013.03.04

1인분 인생 리뷰

어려운 질문과 함께 막을 엽니다. 우리는 과연 발전하고 있는가? 발전한다는 것은 당연히 과거의 어느 지점과 비교해서 의미를 갖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살기 좋아졌는가, 혹은 살림살이 좀 나아졌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정말 대한민국 살기 좋은 나라지"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주관적 감정에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통계적 수치로 생각하자면, 몇 가지 지표들은 지금 우리 사회를 말해줍니다. 자살율,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거의 2배 이상으로) 높습니다. 출산율,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현실도 시궁창, 희망도 보이지 않습니다. 유시민은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에 두고, 냉철한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참고 견디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만큼 ..

리뷰[Review]/책 2013.03.03

남자의 물건 리뷰

인상적인 내용이 가득 담겨 있는 책, 김정운 교수님의 남자의 물건 입니다. 쩨쩨한 인생이 되고, 불행한 인생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라는 교수님의 깔끔하고 명확한 분석이 봄바람처럼 상쾌합니다.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했다는 것은, 모두가 선택을 포기한 채, 특정한 방향으로 몰려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저는 지금 배가 살짝 고픈 상황인데, 따라서 지금 떠오르는 재밌는 예를 들 수 있겠네요. 삼시 세끼 매일 똑같은 음식만 먹는다면, 인생이 재밌을까요? 상상만으로도 몸서리치도록 끔찍합니다. 다른 예로는, 술자리에서 같은 이야기 무한반복재생 중이라면, 그것만큼 황당한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우리는 이렇게 황당하게 살고 있는건 아닐까요? 남자들은 모이면 군대 이야기 하..

리뷰[Review]/책 2013.03.02

영화 신세계 (2012) 리뷰

개미 이야기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개미는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같은 냄새를 갖고 있는 이른바 동족을 위해서, 개미들이 다른 냄새의 개미들과 싸워나가는 전투는 치열하고 잔인합니다. 개미는 다른 개미와 전쟁을 할 때는, 끝까지 밀어붙여서 여왕개미를 죽일 때까지 계속됩니다. 개미가 왜 그렇게 전쟁 때, 지독하게 싸워야만 하는가? 그것은 이 길이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자, 동족을 지켜내는 단 하나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개미들에게 타협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적당한 안일함은 모두를 자멸시키고 맙니다. 영화 신세계는 이와 같이 새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남자들이 끝까지 밀어붙이는 잘 만든 느와르 입니다. 자, 과연 누가 킹이 될 것인가?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굉장한 개성..

욕망해도 괜찮아 리뷰

김두식 교수님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글을 쓰면 자기가 정리되는 부분이 있어요. 글로 계속 써나가다 보면 자기가 누군지 알게 되는 지점이 있거든요" 상당히 인상적인 말이지요. 최근 한 달 동안 틈이 나는대로 쉬지 않고 글을 써보면서, 저는 제 성향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계속 어떤 방향성으로 글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즉 그 방향성이 제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자, 나는 누구인가를 알게 되는, 그 자체였지요. 저는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선택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사람이며, "세상을 마음껏 누리는 풍요로움"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고, "이름 없이 끝까지 밀고가는" 꿈을 욕망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김두식 교수님은 이렇게 말해주겠지요. "그럼! 욕망..

리뷰[Review]/책 2013.03.01

영화 향수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 리뷰

오늘은 조금 독특한 리뷰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써보지요. 약 20년 전의 아주 오래된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꼬마였던 저는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로맨싱사가2 라는 비디오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5명이 한 팀을 이루어, 모험을 떠나는 게임이었는데, 어떤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적이 "페로몬"이라는 공격을 했고, 화면을 뒤덮은 노란 파도가 살짝 지나갔고, 아군이 모두 정신줄 놓고 팀킬에 빠져서, 그 모험이 망해버리는 재밌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이렇게 표현하지만, 그 당시 어린 마음에 저는 그 "페로몬" 공격이 끔찍할만큼 너무 싫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사기다, 냄새에 정신줄 놓고 미쳐버리다니 라면서, 몇 번이나 울화통 터졌던..

아르고 (Argo, 2012) 리뷰

제작비 4천 5백만 달러, 흥행수입 약 2억 달러. 성공입니다. 72년생의 젊은 벤 애플렉 감독은 이 영화로 85번째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합니다. 성공입니다. 영화는 스릴러에 가깝게 진행되는데, 결코 멋진 액션이나 화려한 장면이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심리 묘사가 특히 볼만하고, 좀처럼 일이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미국적 시선에서 그려서, 이란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지만, 감독 벤 애플렉이 대학에서 중동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상당한 배경지식이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중동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 특히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 등을 신문을 통해 여러 번 읽었는데도, 깊이 있게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란은 조금 특이하긴 합니다. 간단히 퉁쳐서 정리하자..

늑대아이 (Wolf Children, 2012) 리뷰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 등 인상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장편 애니 늑대아이의 이야기 입니다. 흥행수입만 약 42억엔 (약 500억원) 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인정받았던 작품입니다. 특히 (건담 등으로 유명한) 토미노 감독이 이례적으로 찬사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는 이 작품에 대해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었다"고 까지 평한 바 있습니다. 제가 본 늑대아이는, 예쁜 그림체 덕분에 부담감도 전혀 없고, 빠져드는 이야기와 감동까지 다 들어 있는 뛰어난 작품이지요. 귀여웠던 애니, 드래곤 길들이기 이후, 거의 수년만에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리뷰를 써볼까 합니다. 실은 저는 영화만큼이나 애니계열도 참 좋아하는 편입니다. 어쩌면 저는 심장 떨리는 호러물 외에는 거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리뷰

다크나이트 처럼, 한 번 보면 좀처럼 내용을 잊을 수 없는 영화가 있습니다. 최근 저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다시 보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인상적인 장면들이 계속해서 떠올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극장에서 보았을 때는, 인간들이 똑똑한 유인원을 싫어하는 대목이 너무 선명해서, 저는 이상하게도 자꾸 애니메이션 건담이 생각나더군요. 흔히 애니메이션 건담시리즈, 마크로스시리즈 등을 현실 반영의 리얼한 세계관으로 묘사하는데, 만화임에도, 똑똑한 주연들이 활약하기 보다는, 휘둘림 당하고, 희생당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시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몇 가지 생각할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떠오르는 주제는 "있어야 할 장소"에 대한 고찰입니다. 유인원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쇠창살에 갇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