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사변을 겪었던 고종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아내가 죽었고, 뒤이어 단발령이 시행되면서 도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원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개인사로만 본다면 고종은 어쩌면 좀 안타까울 수 있습니다. 가정은 붕괴되었고, 따르는 백성들은 원망하고 있으니, 불행한 삶이지요. 더욱이 이제 고종을 도와줄 큰 세력이 없습니다. 대원군도 없고, 명성황후도 이제 없으니까요. 이제부터 정치적 선택을 하는 고종이 등장하게 됩니다. 재밌게 비유하자면, 예전에는 머리 회전이 빠른 아내를 만나, 약국 셔터맨을 하면서 결제 도장만 찍으면 간단했다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대신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사가 없습니다. 선택의 순간, 고종이 내린 결단은 1896년 아관파천 이었습니다. 러시아 공사관으로 왕이 피신했다는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