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850

퍼시픽 림 (Pacific Rim, 2013) 리뷰

최근 웹상에서는 "기대하지 말고 영화를 보면 괜찮은 작품" 이라는 묘한 평가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이 말은 두 가지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기대를 크게 했다가 실망을 했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그래도 볼만은 했었다 라는 평가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퍼시픽 림이야 말로, 딱 이런 평가에 어울릴 법 합니다. 로봇의 압도적 크기에 감탄하게 되면서도, 어쩐지 살짝 지루한 전개나, 특별한 감동은 없는 전개에 실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쨌든 2천억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입해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로봇 장면들은 충분히 볼만하겠고요. 이런 영화는 역시 영화관에서 봐야지! 라고 주장하며, 7월에 극장에서 보았는데, 연출력 면에서는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만 흡입력 면에서는 어딘지 극으로 끌어들..

설국열차 (Snowpiercer, 2013) 리뷰

400억이 넘게 들어간 제작비, 봉준호 감독의 신세계. 폐쇄적이기 때문에, 함축적이고 매력적인 세계관. 지옥 같은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 주말에 지인과 함께 영화관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휴가 기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화제작이라 그런지, 모처럼 영화관에 꽉꽉 들어찬 사람들과 함께, 시원하고 독한 기차 여행을 하고 온 느낌입니다. 덧붙여 나름대로 독특한 글쓰기가 되고 싶다는 부질없는 욕망(?)으로 인해, 다른 분들의 리뷰는 보지 않았고,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정도만 찾아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상하던 바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내용은 무겁고 어두운 편입니다. 가족용 영화라고는 당연히 보기 힘들고, 오히려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

마법의 순간 리뷰

영감을 선물해주는 유명한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의 "짧은 트윗 글" 모음이, 카투니스트 황중환 씨의 작업과 함께 만나면서 매력적인 지혜의 서가 탄생한 느낌입니다. 약 3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실제로 글은 페이지당 서너줄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연히 아주 빠른 속도로 읽을 것 같았는데, 꽤나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대목부터 소개하면 좋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하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진정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요. 지혜로운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전진하기의 어려움"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을 좇기 보다는, 현실에 어느 정도 안주하거나, 합리화 하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당장 그 선택이 더 쉬울테니까요. 또 ..

리뷰[Review]/책 2013.08.04

Wii하드연구 - 2. 미움받지 않는 디자인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디자인 센스가 영 없는터라, (당장 블로그만 해도 기본 베이스 배경으로 하고 있듯이요) 이번 내용에서는 어떤 의견을 함께 쓸 수 있을지 꽤 고민했습니다만, 다행히 주변에서 몇 가지 경험담을 전해주어서, 그 점을 하단부에 함께 소개하면서, 게임기 디자인에 관한, Wii 이야기를 계속 해나갑니다. 2006년 공개된 대담을 의역 및 정리한 내용입니다. 2화. Wii란 형태가 매우 색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압도적으로 작아요. 그 점을 말해주겠어요? 개발할 때의 구체적인 목표란 "DVD의 경우, 2,3장 분량의 용적"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작게 만들어야 할까"라고 조금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개발이 진행되면서 그 의도를 알게 되었어요. 즉, Wii라는 기..

월드워Z (World War Z, 2013) 리뷰

화려한 블록버스터 좀비영화 월드워Z 이야기 입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시나리오 전개가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 이야기를 단숨에 끌고가는 속도감도 상당히 좋고요. 개인적으로는, 2013년 개봉된 외화 중에서 월드워는 기대 이상의 감동과 영감을 주었던 작품입니다. 헐리우드 영화 특유의 가족 중시, 영웅적 개인이 표현되고 있지만, 뭐 괜시리 비극적으로 그릴 필요는 없겠지요. 약간씩 유머코드도 담겨 있고, 인류의 엄청난 위기 속에서도, 재치 있는 장면들과 통찰력 있는 대사들이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브래드 피트는 세월을 잊은 채 참 멋지네요. 하하. 기본 스토리라인은 이해하기 쉽습니다. "무적의 좀비가 출현했다!" 입니다. 죽지도 않고, 끝없이 도시들을 습격하면서, 세계는..

마지막 강의 리뷰

오랜만에, 마지막 강의라는 책을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재밌게 인생을 보내겠다고 생각하던 랜디 포시 교수님의 열정적인 태도가 문득 그리워졌나 봅니다. 이 책은 암으로 작고한 교수님의 마지막 강의를 유쾌한 필치를 살려 책으로 펴낸 것이고, 미국을 비롯해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기도 합니다. 내용도 굉장히 가족애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고, 전혀 권위적이지도 않게, 일상적인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예를 들면 신형 컨버터블 카를 몰고서, (암은 암이고) 신나고 즐겁게 드라이빙을 하는 내 모습이란! 와우!... 이런 식이지요. 그리고 어린 시절의 꿈들을 소중히 여긴다는 관점도 (적어도 제게는)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보통은 어린 시절 꿈꾸었던 것들을, 가볍게 넘긴다거나, 그 때는 철이 없었다며..

리뷰[Review]/책 2013.08.01

Wii하드연구 - 1. 지금까지 없는 사용법으로

시북입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제가 넷상에서 그동안 해왔던 거의 모든 일들이 중도포기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연재중인 것도 있지만, 계획만큼 속도가 나오지 못할 때도 있고요. 여하튼, 그럼에도, 저는 또 하나의 연구를 시작합니다. 사실 연구보다는 인터뷰를 번역하는 것에 가깝습니다만, 2006년 이후, 약 8년 가까이 연재 중인 닌텐도 "이와타 사장의 인터뷰 이야기"를 번역해서 옮겨놓고자 합니다. 물론 후다닥 빠른 속도로 올릴건 아니고, 동호회 지인분들의 내용 검토를 받아, 일주일에 대략 1~2개 남짓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인터뷰를 가독성이 높도록 재정리한 것이며, 또한 괄호를 넣어서, 필요한 대목에는 보충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입니다. 저는 수 차례 이와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여러 번 영감..

도쿄 산책자 리뷰

깊이 있는 진지함이 느껴지는 강상중 교수님의 신간, 도쿄 산책자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마치 일본 한가운데를 함께 거닐면서, 친절하고 해박한 설명을 듣고 있는 듯한 "유쾌한 기분"을 만들어 줍니다. 제5장 원자화하는 개인 부분이 참 인상적이어서, 여기서부터 서론을 시작하면 좋을 듯 합니다. 철학자 코제브의 말을 빌려, 머지 않아 인간이 소멸하고 동물로서 생존을 계속한다 라고 간파한 말은 상당히 극적입니다. 조금 느낌은 다르지만, 벤자민 프랭클린도 "어떤 사람들은 25살에 이미 죽어버리는데 장례식은 75살에 치른다" 라고 정곡을 콕 찌른 적이 있습니다. 현대 사회로 오면서, 기계들이 필요한 욕구들을 하나둘 채워주다보니, 정작 사람은 먹고 자고 일하고의 반복. 그리고 멍하게 TV나 스마트폰에 잠식되어가는, ..

리뷰[Review]/책 2013.07.25

문요한의 마음 청진기 리뷰

문요한 선생님은 수필 대회에 도전했다가 떨어지고, 삼세번이라는 말도 있어서 삼 년이나 도전했는데, 몽땅 떨어졌다고 합니다. 글쓰기에 재능이 없나? 싶다가도 생각을 바꾸어서, 수필과는 안 맞는가 보다 라고 결론내리고, 아예 수필과는 "다른" 분석적인 글들을 써왔고, 어느덧 하나 둘 책들을 내게 되었지요. 단언컨대 저는 문요한 선생님처럼 깔끔하고 정갈한 글들을 잘 보지 못했습니다. 핵심만 간결하게 담아내는 센스가 일품이지요. 내심 부럽기도 하고요. 하하. 제 글은 조금 난삽한 맛이 있어서... -_-;;; 늘 부끄럽습니다. 여하튼, 이번 책은 문요한 선생님의 짧은 이야기들 모음입니다. 대략 100가지 정도의 짧막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틈틈히 읽기에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인상적이고 강력한 ..

리뷰[Review]/책 2013.07.24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리뷰

유토피아? 이상적인 하루? 완벽한 인생? 오늘 서론은 그런 유토피아를 찾아다녔던 마르코 폴로의 말로 출발합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지옥을 받아들이고 지옥의 일부분이 되는 것, 두 번째는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구별해내 지속시키며 공간을 부여하는 것" 이 강렬한 이야기 덕분에 저는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꿈, 그리고 소통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곤 합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여덟 단어라는 책 끝부분에서, 위의 오랜 고민에 대한 짜릿한 처방전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체의 출발은 어떠해야 하는가? 고미숙 씨의 책을 인용해서 237쪽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

리뷰[Review]/책 2013.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