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402

한공주 (Han Gong-ju, 2013) 리뷰

오늘도 어김없이 지인 J양의 보물지도를 펼쳐서, 걸작 영화 리스트를 살펴봅니다. 한공주를 선택했습니다. 전 잘못한게 없는데요. 포스터부터가 강렬합니다. 사전정보가 없었지만, 잘 만든 영화답게 금방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극중을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것은, 슬픔과 잔잔하게, 그리고 끈기 있게 싸워나가는 17세 소녀 한공주의 모습입니다. 이 영화는 고통을 겪고 난 후, 그 다음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차분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저 역시 다른 분들처럼, 불편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한공주, 전화옥 양에게 대해서 참 모질게 대하는 사회에 살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장면이 그렇습니다. 예컨대 산부인과를 찾은 한공주 양이, 애써 여의사를 부탁했음에도, 그런 ..

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 2014) 리뷰

타임 루프라는 독특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SF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감상했습니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점차 강인한 전사로 거듭나는 모습은 마치 게임 같은 인상인데, 그 와중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감동까지 선물하고 있습니다. 점점 더 강하게 되는 비결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겠지요. 똑같은 수법으로는, 미믹이라 불리는 외계 종족에 맞설 수 없었습니다. 하나라도 다른 시도를 해야하고, 다른 선택을 해서,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오래전 보았던 일본 만화 마도카 마기카가 생각납니다. 타임 루프를 끊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헤매며, 고생해야 하는가를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 보았던 특강이 생각납니다. 창의적 선택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Kingsman: The Secret Service, 2014) 리뷰

누적 관객수 6백만명을 동원했던, 유명한 영화 킹스맨에 대해서 리뷰를 남겨볼까 합니다. 작년에 극장에서 이미 재밌게 봤지만, 여차저차 다시 한 번 느리게 시청하면서 역시 참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구나 싶었습니다. 명대사 두 개는 미리 써놓고 시작하고 싶습니다. 첫째,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둘째, 과거의 자신에 비해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때, 그 삶이 고귀한 것이다. 남과 비교해서 잘난 것은 절대로 고귀한 것이 아니다. 헤밍웨이의 말이라고 합니다. 킹스맨은 다음 세대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대를 이어간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세대는 금기의 벽을 허물 것입니다. 귀족들이 독점하던 킹스맨 에이전트 대신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그 방식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옳음을 매우 적..

영화 리미트리스 (Limitless, 2011) 리뷰

영화 리미트리스는 그 독특한 예고편 때문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 글자도 제대로 작업을 할 수 없었던 작가가, 약을 복용함으로서 두뇌가 100% 가동되며, 생활이 역전된다는 것.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며, 꿈만 같은 일이지요. 실은 글쓰는 사람들 중에 꽤 많은 이들이 글의 서두부터 힘들어 하곤 합니다. 저 역시 이 점은 마찬가지라서, 영화 리뷰가 200편이 넘어가고 있음에도 늘 서론에는 어떤 이야기를 짧막하고, 재밌게 담을지 고심하곤 하니까요. 실은 이 영화는 시간을 좀 두고서, 두 번씩이나 봤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말해서, 반칙 같다는 생각,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 지 정리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좀 용기가 납니다. 그냥 정리되지 않은 생각..

그을린 사랑 (Incendies, 2010) 리뷰

영화는 직접 본 사람들의 횟수만큼 계속해서 상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표현을 좋아합니다. 그래야만, 이 작품 그을린 사랑에 대해서도 쓸 수 있을테니까요. 역사상 전례없는 평화의 시대에 축복처럼 살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평화를 실감하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요. 영화 그을린 사랑은, 한 여인의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 입니다. 사람은 어디에 걸어야 하느냐, 비극 속에서도 결국 함께 한다는 희망의 끈에 우리의 삶을 걸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절망하지 않으며 견뎌내기. 그 점에 있어서도 참 좋았습니다. 오늘은 먼저 해외 리뷰어의 인상적 평가를 가져와보겠습니다. 무거운 작품, 내용의 강도와는 또한 반대로 조용한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보고 나서는 과연 어떤 영화였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건지,..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2005) 리뷰

브이 포 벤데타는 마치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아요. 어느 누리꾼은 이처럼 적극적인 감상평을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언론이 통제되어 있고, 땡전뉴스식의 입맛에 맞춰 편집된 보도가, 21세기에도 계속되는 것. 그래서 기자들이 항의하는 모습! 권력이 국민을 감시하는 태도는 정말이지 놀랍도록 현대의 한국과 닮아있어서 그렇겠지요. 결국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망각해서 그렇습니다. 이처럼 브이 포 벤데타 영화는 독재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비판기능을 상실한 미디어가 독재를 부추기고 있지요. 방송은 정부 입맛에 맞게 나오고 있어서, 아예 사람들이 믿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에 의해서 끔찍한 바이러스 실험이 자행되었고, 그 여파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주인공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Like Father, Like Son, 2013) 리뷰

지인 J양이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선물처럼 좋은 영화 리스트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라는 영화도 이런 계기로 알게 되었고, 늦은 밤 눈물을 훔치며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 뭘까, 좋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뭘까, 생각하기에 참으로 좋은 작품입니다. 영화는 이렇게 손 내밉니다. 유능하고 돈 잘 버는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이야 말로 좋은 아버지라는 것입니다. 영화의 표현을 빌리자면, 브레이크를 밟을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돌아보면, 저 개인적으로는 좋은 아버지를 두었음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몸이 허약하다는 이유로, 한 때는 정규학교 과정에서 수년 이상 이탈해 있었고, 치료를 위해서 아버지의..

시절인연 (Finding Mr. Right, 2013) 리뷰

여배우 탕웨이가 환하게 웃고 있는 포스터가 인상적이라, 이 영화 시절인연을 보기로 했습니다.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 지는지 생각해 보기에도 좋았고, 또한 역시 사람은 일을 열심히 함으로써 더욱 건강해진다는 시각을 재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물론 피곤해질 수 밖에 없고, 스트레스도 있다지만, 그래도 우리는 열심히 살아감으로서, 삶의 보람과 삶의 의미를 찾기도 합니다. 어딘가에 불안정하고 위태롭게, 의존해 있는 삶보다는, 차라리 독립적으로 자리잡아 나가는, 고통을 감수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이 영화에서는 쟈쟈 역의 여배우 탕웨이만 매력적인 것이 아닙니다. 프랭크 역의 배우 오수파 역시 자신의 자리를 잘 잡은 멋진 40대로 등장합니다. 이번 리뷰의 출발점은 이것입..

병사의 발라드 (Ballad of a Soldier, 1959) 리뷰

EBS에서 고전명작을 방영해줘서 저는 우연히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수작, 감사합니다. 병사의 발라드는 러시아 영화이자, 전쟁 영화 입니다. 전쟁의 참혹함에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춘다기 보다는, 전쟁을 경험하고 있는 한 병사가 휴가를 얻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재밌게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쁜 러시아 소녀도 나온다는 것! 90분짜리 영화이기 때문에, 몰입해서 보다보면 금새 끝나버려요. 흥미 있게 본다면, 무척 재밌는 작품이 되겠습니다. Daum의 분류를 따른다면, (하이틴)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다는 것. 주인공 알료사는 전쟁 중에 정말 운 좋게도, 탱크를 2대나 격파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포상 휴가를 얻게 되어서 마침내 고향으로 이틀 동안 돌아갈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제 고작 19살 밖에 ..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2013) 리뷰

41살. 중년.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조금은 다를 것 같습니다. 예컨대 아직 20대라면, 40대의 삶을 상상하기란 제법 멀게 느껴질 수 있겠지요. 또한, 중장년층인 50대, 60대라면, 41살이면 아직 젊지! 좋을 때지! 라고 회상할지도 모르겠네요. 제 경우 41살과 어느덧 제법 근접해 있기 때문에, 비포 미드나잇을 적절히 공감도 해가면서 보기에 좋았습니다. 그래요. 41살, 사랑하기에는 여전히 좋은 나이! 비포 미드나잇, 이번에는 그리스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 주인공 제시와 셀린느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갈등을 겪고, 그럼에도 사랑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리스에 대한 풍경도 좋지만, 역시 사람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식탁에 둘러 ..